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대동(38)씨는 지난 2012년 귀어를 결심하고 전남 진도군 고군면 오류마을에 터를 잡았다. 김씨가 선택한 귀어 아이템은 갯지렁이 양식. 진도 지역은 김과 전복 양식에 주력하고 있는 터라 경쟁자가 많지 않은 갯지렁이가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김·전복에 비해 초기 자본금이 적게 든다는 점도 고려했다. 양식장 인허가를 받으려면 우선 마을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생면부지의 마을 주민들로부터 허락을 얻어내기 위해 김씨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는 “처음에는 주민들이 양식장 때문에 피해를 볼까 걱정했지만 차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많은 도움과 조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남 목포에서 열린 ‘귀어스몰엑스포’에 수백명의 귀어 희망자가 참석했다. 이중 100여명은 전남 지역으로 귀어를 결심하고 80여명은 정착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귀어 희망자 10명 중 2명은 30대 이하 젊은 층이었다.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어촌으로의 신규 인력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청년 어업 창업자 지원을 늘리면서 어업에서 ‘블루오션’을 찾으려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귀어가구 917가구 중 167가구가 가구주 연령이 30대 이하였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귀어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귀농에 비해 비중은 2배가량 높다. 청년들의 귀어가 늘고 있는 것은 어업이나 해양레저업 등 분야가 다양한데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어가 평균소득은 4,902만원으로 농가 평균소득(3,824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귀어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귀어인보다 실패하는 귀어인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농축산업도 그렇지만 어업 역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들다. 귀어인 10명 중 9명은 해수면어로, 즉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일에 종사한다. 점차 해수면양식을 선택하는 귀어인이 느는 추세다. 선박 구입과 양식장 조성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4050세대에 비해 자산이 많지 않은 청년층으로서는 부담이다.
무엇보다 귀어를 결정하고 나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하는데 초기적응에 어려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귀어와 관련한 숙련된 기술과 많은 인내심까지 필요하다. 여수에 정착한 한 귀어인은 “처음 마을에서는 낯선 사람이 들어와서 환경 오염을 시킬 수 있다는 시선과 괜히 주민들과 마찰이나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며 “그럴 때일수록 먼저 궂은 일에도 앞장서고 신뢰를 쌓아갔다”고 말했다. 김씨도 “갯지렁이 양식은 인내심이 필수 덕목”이라며 “특히 갯지렁이는 2년에 한 번씩 대량 출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어촌계 가입도 어업권 자체가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진입하는 데 어려운 실정이다. 보통 어촌계에서는 2~3년 이상 실거주자에 한해 정회원으로 가입시켜 주는데 가입 조건으로 일정 정도의 발전기금도 내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 정착하기 어려워도 귀어를 선택한 배경에는 힘든 만큼 보람을 느끼고 일에 대한 수익과 보장도 크다는 데 있다. 5년 전 신안군으로 귀어한 김동희씨는 실뱀장어와 낙지·주꾸미 등을 잡아 연평균 순소득 1억원을 올리고 있다. 그는 “하루 3만~5만원에 달하는 선박 연료비용을 제외하면 모두 순소득”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귀어를 위해서는 어업·어선에 대한 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어인들은 강조한다. 전남 목포 출신인 김홍택(26)씨는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 어불도에서 아버지와 함께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귀어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사가 꿈이었지만 어불도가 고향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귀어를 결심한 그는 대학도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는 한국농수산대학으로 진학했다. 양식학과에서 1년 동안 이론 공부를 한 뒤 10개월 동안 실습도 했지만 섬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씨는 “처음 양식을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며 “지난해는 전복이 돌연 집단 폐사한 탓에 복구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양식업 책을 놓지 않고 있다”면서 “아직도 틈틈이 양식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과 마찬가지로 어촌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젊은 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귀어 인구가 적을뿐더러 섬지역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아 비슷한 연령대와의 인적 교류가 드물어 외로움과도 싸워야 한다. 김씨는 “줄곧 도시에서 생활하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섬에서 아버지와 둘이서 생활하다 보니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힘든 생활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은 고돼도 보람이 있는 일”이라며 “바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가족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섬 생활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어촌을 활성화하기 위해 귀어 인구 유치와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례로 지난해 광역 지자체 가운데 귀농·귀어·귀촌 가구 수가 유일하게 모두 증가한 전남도는 귀어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품종별로 지속적인 수산 전문기술 교육과정을 개발해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귀어학교(기숙사)도 건립, 내년부터 본격 운영해 귀어 희망자의 어촌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귀어를 위해서는 먼저 수산업 관련 기반을 확보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먼저 배워야 한다”며 “적어도 어촌에 대한 이해도와 수산업에 대한 기초를 알고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안=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