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벤츠·BMW·인피니티 등 고급차 브랜드의 디자인을 주도해온 카림 하비브(49·사진) 인피니티 수석 디자인 총괄을 기아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수 개월간 공석이던 기아디자인센터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디자인 담당(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전무)의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기아차는 6일 하비브 전무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과 함께 기아차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고 기아차에서 개발하는 모든 차의 디자인·컬러·소재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부터 기아차에 합류하는 하비브 전무는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와 BMW·벤츠 등에서 디자인 혁신을 주도했다. 레바논에서 태어나 이란에서 자란 하비브 전무는 프랑스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기계공학을, 디자인 교육기관 ‘아트 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1998년 BMW에 입사해 5시리즈, 8시리즈, X7, 콘셉트카 ‘자가토 쿠페’ 등 고급 라인의 내외장 디자인을 주도했다. 2009년 벤츠 수석 선행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2년 BMW 총괄 디자이너로 돌아왔고 2017년에는 인피니티에서 수석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인피니티에선 Q인스퍼레이션, 미래형 전기 콘셉트카 ‘프로토타입 10’ 등의 디자인 개발을 담당했다.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최고 콘셉트 차량(Best Concept Vehicle)’ ‘혁신적 컬러 활용(Innovative Use of Color)’ ‘그래픽 혹은 소재(Graphics or Materials)’ 등 세 부문의 디자인상을 동시 수상했다.
하비브 전무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자신만의 디자인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각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의 브랜드 정체성은 ‘익사이팅’, 즉 젊고 활기찬 역동적인 기아”라며 “하비브 전무는 이를 고급화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는 하비브 전무가 2000년대 중반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사장)가 영입되면서 발전해온 ‘디자인 기아’의 전통을 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현재 자동차 디자인이 아닌 조직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