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가 불매운동 여파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다·도요타 등의 여타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닛산과 마찬가지로 판매량이 급감한 혼다의 경우 판매량이 꾸준한 오토바이는 현상유지를 하되 자동차는 마케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닛산은 한국 시장의 판매감소와 본사의 구조조정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닛산이 진출 15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면 지난 2012년 스바루(옛 후지중공업)와 미쓰비시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떠나는 일본 차 브랜드가 된다.
닛산은 한일 수출규제 등 불매운동으로 판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8월 전체 매장에서 58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국내 닛산 판매점 한 곳에서 한 달 동안 평균 2대의 차량을 판 것이다. 닛산은 1년 전만 하더라도 월평균 459대가 판매되며 점유율이 2.39%까지 올랐지만 점유율도 0.32%까지 줄었다. 철수설에 힘을 보태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 본사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이다. 일본에서도 닛산은 판매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올해 말까지 6,400개의 일자리를 삭감하고 오는 2022년 중 신흥국가 14개 공장에서 60만대의 차량만 생산하고 1만2,500명 규모의 감원을 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닛산이 철수한다면 다른 일본 차 브랜드의 판매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경우 그나마 버티고 있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유지하겠지만 8월 판매가 60%나 줄어든 도요타 브랜드 차량의 마케팅 전략 변화는 불가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혼다 브랜드는 오토바이가, 한국토요타는 렉서스가 건재해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닛산은 르노와의 합병 문제로 잡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내부정리 차원에서 한국 시장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닛산의 한국 철수가 동반관계인 르노삼성차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현재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북미수출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닛산코리아 관계자는 “추측성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