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탈레반과 평화협상 중단…트럼프 또 '쇼맨십 외교'

아프간 테러 이유로 돌연 취소

진전 보이던 협정, 미궁속으로

잦은 말 바꾸기 美신뢰도 추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조직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협정 타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돌연 중단했다. 최근 아프간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이유로 들었지만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집기식’ 외교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탈레반 주요 지도자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나를 비밀리에 만나기 위해 오늘 미국으로 올 예정이었다”며 “카불에서 우리 군인 한 명과 다른 11명을 죽인 공격 소식을 듣고 즉시 그 회담과 평화협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수십 년을 더 싸우기 원하나”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과 좋은 협상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측도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조건으로 국제 무장단체들이 이 지역에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협정에 양국이 거의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5일 아프간의 수도 카불 외교단지 인근에서 차량 폭탄 공격으로 미군 한 명을 포함한 10여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방향을 튼 것이다. NYT는 “회담취소 결정은 3일에 내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를 미뤘다”며 “그는 지난해 5월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취소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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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평화협정 서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평화협상마저 틀어졌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대화가 완전히 끝난 것인지, 잠시 중단됐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협상 중단 선언에 탈레반은 “협상 중단은 미국의 인명과 자산의 추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아프간 대통령측은 “탈레반이 살육을 중단하고 휴전에 동의하며 직접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맞서며 아프간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확산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서방 관리는 NYT에 “협정 타결이 거의 임박했지만 쇼맨십 때문에 위태로워졌다”며 “이란과 러시아를 포함해 미국에 회의적인 국가들에 미국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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