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 낙찰가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 경기지표로 불리는 업무·상업시설의 낙찰가율이 2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9일 법원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발표한 ‘8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9.5%포인트 하락한 6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61.8%를 기록한 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중이다. 해당 물건의 투자가치가 클수록 낙찰가율도 높게 나온다.
낙찰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업무·상업시설의 부진 때문이다. 용도별로 보면 주거시설(-2.4%포인트)과 토지(-1.2%포인트)는 전월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업무·상업시설은 21.4%포인트 하락한 44.3%를 기록했다.
업무·상업시설의 낙찰가율 하락은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감정가의 10%도 안 되는 금액에 낙찰되거나 대형 상가가 거의 통째로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경상북도 영주시 아지동에 위치한 콘도는 수차례 유찰 끝에 지난달 91억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1,335억원에 달했지만 감정가의 고작 7%에 경매로 팔려나가는 신세가 된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상가가 무더기로 경매에 나왔다. 원주 혁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에서 무려 53건의 물건이 나온 것이다. 이 가운데 낙찰된 경매물건의 경우 4회 유찰 끝에 감정가의 20~30% 수준으로 값을 낮춰 겨우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업무·상업시설 기준으로 8월 전국에서 가장 낮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지역은 경북(12.4%)으로 올해 5월(14.5%) 이후 재차 10%대로 추락했다. 다음으로 강원도가 40.4%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낙찰가율을 기록했고 이어 전남(46.0%), 세종(49%), 경남 (49.5%) 등의 순이었다. 7월 낙찰가율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던 광주(100%)와 대구(94.1%)도 낙찰가율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두 지역 모두 8월에는 25%포인트가량 낮아져 각각 75.6%와 68.2%를 기록했다.
이렇듯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인기가 식은 것은 자영업 등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기는 악화하고 있다.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2·4분기 대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시설자금보다 인건비 등 운전자금 용도 대출이 많고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느는 등 대출의 질은 악화해 전형적인 불황의 단면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