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쪽 하늘 길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한국의 비행정보구역에서 일본과 중국이 행사하고 있는 관제권을 환수하려는 가운데 일본이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제주남단 항공회랑 안전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즉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주남단 항공회랑에서는 항공기가 안전거리를 넘어 서로 근접하는 위험사례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며 “특히 일본이 관제하는 구간은 우리나라가 관제하는 동남아행 항공로와 수직 교차하고 있어 안전에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중국 상하이~일본을 연결하는 항로로 길이 519㎞, 폭 93㎞ 구역이다. 이중 259㎞에 해당하는 구역이 한국의 비행정보구역으로 동경 125도를 기준으로 왼쪽은 중국이, 오른쪽이 일본이 항공관제를 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중국과 일본이 이곳에 직항로를 개발하면서 중국이 당시 수교를 맺지 않은 한국과 관제교신을 하지 않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 지역 관제권을 중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갖는다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항공회랑이 설정됐다.
문제는 한국이 비행정보구역에서 관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고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남단 항공회랑 중 일본이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구역은 한국이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기존 동남아행 항공로와 교차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 이에 정부는 관제권을 일부 환수함으로써 안전성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국, 일본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실무그룹 회의를 세 차례 진행하며 기존 회랑 위쪽에 신항공로를 만들어 교통량을 분산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신항공로는 한국이 전적으로 관제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비협조적으로 나서면서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일본에 신항공로 대안을 담아 7월부터 세 차례 협조 서한과 주일 공관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일본측은 전혀 응답하지 않다가 지난 2일에서야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혀왔다. 일본 측은 신항로 개통에 반대하며 기존 항로를 복선화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일본이 혼잡도와 위험을 가중시키는 기존 항공회랑의 복선화를 통보해왔다”며 “일본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전향적인 자세로 즉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교통과장은 “일본 측 주장대로 하면 항공로 교차 지점이 현재 2곳에서 4곳으로 늘어나는 등 하늘길이 더 복잡해져 안전 문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교차지점 증가 등으로 안전문제가 악화될 우려가 있어 한국 뿐아니라 ICAO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일본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중·일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안전하게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안전한 하늘길을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