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올 추석엔 된다더니"...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연기

정부, 올해 추석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도입 공언했지만 연기

올해도 귀향길 포기하거나 주변 사람 도움 받고 버스 타야

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이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이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중증장애인 김모씨는 명절 때마다 ‘귀향 전쟁’을 치른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 고향인 거창에 내려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김씨를 들어 안고 탑승할 사람을 구해야 했다. 휠체어 없이 버스를 탄 탓에 7~8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았다. 화장실에 가려면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결혼 후 운전이 가능한 남편 덕분에 요즘은 자가용으로 고향에 내려가 다행이다”면서도 “남편 없이 혼자 고향에 내려가 엄마와 친구들을 보고 싶은 때가 있지만 꿈만 꿀 뿐이다”고 말했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일은 대다수 장애인에게 ‘그림의 떡’이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가 없는 탓이다. 당초 올해 추석부터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깨지면서 대다수 장애인이 이번 추석에도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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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가 빠르면 오는 10월 시범 운영된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지역을 넘어 이동할 때 대중교통수단으로 기차밖에 이용할 수 없었다. 전동휠체어 좌석을 마련한 고속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측은 “장애인 콜택시도 일반적으로 진료 목적 외에 지역 간 이동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며 “명절 때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으로 기차가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좌석이 적고 고향에 따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장애인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의 도입을 기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올해 초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시승행사를 개최하며 올해 9월 정식 운행을 예고해왔다. 그러나 버스회사·터미널회사·장애인·시민단체 등 관계자 간 의견조율이 길어지면서 올해 추석을 넘기게 됐다. 특히 버스회사에서는 휠체어 좌석이 일반 버스에서 12석, 우등버스에서 9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용 보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은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당진, 서울~전주 등 4개 노선을 중심으로 빠르면 10월에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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