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응암2 재개발 구역. 응암2 재개발 구역이 구역 지정을 시작하면서 은평구청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의 학교용지 협의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은 응암2 재개발 구역에서 중학교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은평구청에 중학교를 신설할 수 있는 학교용지 확보를 요청했다. 은평구청은 이에 따라 응암2 재개발 조합 측에 학교용지 확보의 필요성을 통보하고 조합은 지난 2008년 11월 부지 내에 중학교용 학교용지를 확보했다. 이후 조합은 재개발 구역 내의 전체 아파트 규모와 주택형별 가구 수, 조합원 배정 수와 분양가격, 일반분양 배정 규모와 분양가격 등을 토대로 재개발 사업의 전체적인 틀을 확정하는 ‘재개발 사업을 위한 관리처분 인가’를 2015년 11월에 얻었다. 물론 조합은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의 요청에 따라 재개발 구역 내에 학교 신설을 위한 5,776㎡ 규모의 부지는 학교용지로 따로 떼어놓았다. 남은 절차는 구역 내 이주와 철거 등의 공사뿐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조합은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이 서울시청에 ‘응암2 재개발 구역에 학교 신설 계획이 없는 만큼 학교용지를 해제해달라는 학교용지 해제요청을 보낸 것이다. 결국 조합은 학교용지로 잡아놓은 부지에 추가로 일반분양 계획과 임대 아파트 설립 계획 등을 담은 관리처분 변경인가를 얻어 이달 초 일반분양을 마쳤다. 2017년 일반분양을 한 후 학교용지 해제 부지에 추가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을 한 것이다.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횡포에 시달리는 재개발 조합
응암2 재개발 구역의 한 관계자는 기자의 취재에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의 횡포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2010년부터 서울교육청(고등학교 설립 업무 담당)과 서울 지역 내 각 교육지원청(초·중학교 설립 담당)에는 학교 신설 계획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서는 그 당시 학교용지 해제가 이뤄지고 있어 조합이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에 사업 시행인가 이전에 학교 신설 계획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읍소했다”며 “하지만 서부교육지원청은 수차례의 요청에도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서부교육지원청의 태도다. 서부교육지원청은 이 부지에 중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했다. 조합의 관리처분인가가 난 2015년 11월에 나온 투자심사 결과는 반려였다. 이 소식을 들은 조합 측은 곧바로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내 중학교 신설을 위한 중앙투자심사 결과 통보를 요청했다. 이에 서부교육지원청은 공문 접수 이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결과 반려됐다고 통보했다. 이후 서부교육지원청은 서울시에 ‘응암2 재개발 구역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보냈다. 응암 2 재개발 구역의 한 관계자는 “정말 화가 나는 것은 2010년부터 서부교육지원청에 학교 신설 계획을 수없이 요청했는데도 기다리라고만 해놓고서는 정작 교육부 투자심사에서 떨어진 후에는 우리에게 먼저 통보도 하지 않았다”며 “만약 조합이 공문 접수를 하지 않았다면 학교 설립 계획이 취소된 사실도 모른 채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따라 조합은 당초 학교용지(5,716㎡)에 아파트를 건설해 후분양 형태로 최근 추가 분양을 마쳤다.
그렇다면 서부지원청이 응암2 재개발 구역에 학교용지 확보 요청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진영남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학생배치팀장은 “응암2구역은 예민한 문제라서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 또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관련 자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언론이 어떻게 기사를 다룰지도 모르는데 그런 자료를 어떻게 줄 수 있는가”라며 “관련 자료가 있어도 자료를 언론에 제공할 수가 없다. 궁금하면 정보공개를 요청하라”고 답했다. 또 “지금 찾아보니 중학교 부지를 요청할 당시 ‘중학교 학생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늘어놓았다. 서울시보는 응암2구역 학교용지 해제 사유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기존 서부 2학군에 분산 수용이 가능해 (중)학교 시설을 폐지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학교용지 지정 이후 4년 만에 해제 요청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불광 5구역. 불광 5구역의 경우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이 서울시에 학교용지(중학교) 지정 요청을 한 지 불과 4년 만에 다시 학교용지에서 해제를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의 요청으로 2008년 불광5 재개발 구역 내에 학교 용지(6,612㎡)를 결정했다. 하지만 불과 4년 후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은 불광 5구역에 학교용지 해제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 설립 요인의 부족 때문이다. 조합은 4년 후인 2016년 조합총회를 열고 학교용지를 다시 개발 구역에 포함하는 정비계획안을 의결했다. 서울시는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2월8일 재개발 구역 내의 학교용지를 비로소 해제했다. 표면적으로는 불광 5구역의 학교용지가 2008년 지정된 후 10년 후인 2018년에 해제된 것이지만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은 서울시가 2008년 학교용지로 지정한 후 불과 4년 만에 다시 학교용지에서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 고시결정문은 “서부 1학군 내 학생 수 감소와 중학교 2개소 신설 등의 여건 변화로 추가적인 (중)학교 신설의 필요성이 감소해 학교 시설을 폐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폐지된 학교용지는 조합이 공원을 조성한 뒤 은평구청이나 서울시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채납 형태로 소유권이 넘어갈 예정이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사업 구역 내에 학교용지를 확보하라고 해서 학교용지를 제외한 정비계획안을 수립했는데 4년 만에 다시 학교용지가 필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조합원들을 다시 불러 모아 조합총회를 열고 정비계획안을 수립하느라 사업이 수년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합에서 조합원 총회를 다시 한 번 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라며 “교육지원청이 이렇게 행정을 해버리니 재개발 조합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10년째 방치되는 흑석뉴타운 고등학교 부지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고등학교 부지는 2008년 9월16일에 지정됐다. 고등학교 부지의 위치는 현재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흑석 9구역 내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주변 뉴타운 구역의 조합들이 십시일반 9구역 토지를 매입해 조성된 것이다. 인근의 흑석 6구역(흑석 센트레빌 2차)은 기반시설 조성 명목으로 단지 내 공원 조성과 함께 학교용지 확보를 위해 160억원을 사용했다. 또 8구역(롯데캐슬에듀포레)은 부지 면적이 작아 공원 조성이나 도로용지 확보 대신 160억원을 9구역 내 고등학교 부지 매입에 사용했다. 흑석 6구역의 경우 2012년에 입주했지만 학교가 조성되지 않아 고등학생들은 인근 반포로 통학을 해야만 한다. 2008년에 학교용지로 지정됐지만 정작 흑석 9구역의 사업이 지연되면서 고등학교 부지 조성이 늦어지고 이미 입주한 뉴타운 아파트 주민과 학생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흑석 6구역에서 일반 분양으로 계약한 사람들은 고등학교가 조성될 것으로 알고 입주까지 마쳤지만 흑석 9구역 고등학교 부지 조성만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흑석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흑석동에는 공립초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있어 중학교까지의 교육 여건은 훌륭하다. 다만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즈음이면 입주민들이 고민을 한다”며 “당장 아이가 중학교에만 입학해도 고등학교가 가까운 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할지, 아니면 흑석 9구역 조성 이후 지어질 고등학교를 보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흑석 9구역의 경우 내년 철거공사가 시작될 경우 고등학교 부지를 먼저 조성할 계획이지만 고등학교 유치도 불확실하다. 학생 수가 줄어든 서울 지역의 고등학교를 흑석 9구역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정작 이전 예정인 고등학교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