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탐사S]모텔촌 지나 등교하는 중학생들 "엄마, 대실이 뭐예요"

■ 늘어만가는 미집행 학교용지<2>

☞ 학교용지 방치된 의왕 내손동에서는

도보로 이용가능한 학교 택했지만

유해시설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

경기도 의왕시 A중학교 학생은 등하교를 위해 모텔촌 사이를 지나야만 한다. 한 학생이 등교를 위해 모텔촌을 지나고 있다.  /의왕=김상용기자경기도 의왕시 A중학교 학생은 등하교를 위해 모텔촌 사이를 지나야만 한다. 한 학생이 등교를 위해 모텔촌을 지나고 있다. /의왕=김상용기자



“엄마, 대실이 뭐예요?”

경기도 의왕시의 학부모 박모씨는 A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귀를 의심했다. 할 말을 잃은 채 딸아이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봐야만 했다. 중학생 딸은 “아침에 학교를 가다 모텔 앞에 ‘대실 3만원’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을 봤다”면서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대실이라는 용어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며 용어 설명을 요구했다. 중학생 딸이 ‘대실’이라는 용어를 알게 된 것은 아파트에서 중학교까지의 등굣길에 모텔촌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박씨가 딸의 중학교를 현재 학교로 신청한 것은 B중학교의 경우 등하교에만도 걸어서 50분 이상이 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버스를 탈 경우 한 번에 가는 버스는 1시간에 한 대만 운행되고 배차 간격이 짧은 버스는 중간에 환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왕시 내손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중학생 자녀의 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백운중학교를 지원할 경우 하루 등하교 시간만도 도보로 50분이 걸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중학교를 선택하게 되면 이른바 청소년 유해시설을 지나야만 한다. 큰길로 갈 경우 유해시설을 피할 수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름길로 통하는 만큼 학생들이 유해시설을 가로질러 등하교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와 학령인구 감소로 신규 학교 설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언제 지어질지 모르는 초등학교의 부지에 중학교를 지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문제는 내손동에서 통학이 가능한 백운중학교의 교실이 비어 있어 중학교 추가 신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학교 학군 문제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인근 평촌으로 전학을 가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의왕시의 백운중학교 교실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만약 빈 땅에 중학교를 짓게 되면 인근 중학교는 그만큼 빈 교실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학교 운영 문제에서부터 다양한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년째 방치된 초등학교 부지에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남아도는 교실이 있는 중학교가 존재하는 한 중학교 신설이 어렵다는 교육지원청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서울의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학교 통학로에 문제가 있을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등을 설정해 통학로 개선 사업을 벌이거나 버스 등의 배차 간격 조정 등을 시행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이 나대지 상태인 초등학교 부지에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면서 빈 땅이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주 송정동과 대전역 인근에서는 지자체가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뒤 푯말을 설치해 청소년 통행 차단을 유도하고 있다.

김상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