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관제사 이탈에 지방항공청 속앓이

고된 업무 비해 낮은 처우에 불만

젊은층 조종사로 이직 수요 높아

육아휴직중 훈련 발각돼 퇴사도

#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항공교통관제사로 근무하던 A씨는 얼마 전 사직서를 내고 관제사 일을 그만뒀다. 육아휴직 중 항공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비행훈련원에 다니던 사실이 회사에 발각됐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의 본래 취지와 달리 이직을 준비해온 그는 결국 퇴사했다.

‘하늘 위 교통경찰’로 불리는 항공교통관제사들의 이탈로 지방항공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된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에 불만을 가진 젊은 관제사들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은 항공기 조종사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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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지방항공청과 업계에 따르면 A씨의 사례처럼 국내 공항에서 근무하는 관제사 가운데 조종사로 이직을 준비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대다수 관제사는 열심히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20~30대 젊은 관제사 중에서는 일부 휴직을 하고 조종사 준비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씨처럼 급여가 나오는 육아휴직과 달리 무급휴직을 하고 조종사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 항공청이 이를 알아채기 힘들뿐더러 딱히 막을 방법도 없어 골칫거리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합격한 젊은 관제사들이 다시 조종사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낮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교통관제사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서울·부산·제주 등 각 지방항공청에 소속된 공무원 신분이다. 반면 민간 신분인 조종사들은 8급 공무원부터 시작하는 관제사보다 최소 2~3배 넘는 초봉을 받게 된다.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조종사들과 교신해야 하는 관제사로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금제도 개편으로 공무원 연금의 메리트마저 줄어들게 된 젊은 관제사들에게 이직의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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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와 조종업무가 유사하다는 점도 이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한국항공교통관제사협회 관계자는 “이착륙 절차와 운항용어 등 관제와 조종업무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적지 않다”며 “아무래도 관제사 출신이 조종사 시험을 준비하면 일반인보다 훨씬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항공청은 늘어나는 항공기 운항에 대응하기 위해 관제사 인력을 확충하기로 하고 현재 경력직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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