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삶이 불행의 늪에 잠겼을 때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고를 당하고 아픔을 겪고 상처받고 슬퍼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상태에 오래 머물면 어떤 사건이 혹은 어떤 사람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빠진다. 결국 그 늪에서 얼마큼 빨리 탈출하느냐, 언제 괜찮아지느냐, 과연 회복할 수 있느냐가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2018년 문학동네 펴냄)


천만배우로 불리는 하정우의 현재 모습에서 불행과 슬픔의 그림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세간에 알려진 영광의 순간보다는 삶의 귀퉁이마다 놓여있었던 외롭고 막막했던 시간들을 슬쩍 꺼내 보인다. 신인 시절 오를 무대 한 뼘조차 없었을 때, 그는 ‘이 바닥이 어쩌고’ 운운하며 늪에 잠겨 있지 않았다. 찰나의 오디션 기회라도 오면 가장 건강한 첫인상을 보여주리라 다짐하며 매일 걷고 운동했다. 훗날 잘하는 연기나 하고 감독은 관두라는 비아냥이 들려올 때도, 그는 ‘영화’라는 거대한 산을 더 크게 품고 이해하고 싶어서 직접 영화를 만들었다. 온몸을 던져 연기했으나 기대만큼 관객이 들지 않았을 때도, 그는 원망하기보단 왜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는가를 철저하게 복기하고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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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신은 인간에게 똑같이 두 다리를 주셨으되, ‘눕는 사람’ ‘주저앉는 사람’ ‘기대는 사람’ ‘멈춰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하정우는 스스로를 ‘걷는 사람’이라 부른다. 그는 삶이 주는 슬픔과 실패까지도 주머니에 챙겨넣고 계속 걸어나간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살겠는가?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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