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살인의 추억' 희비 공존하는 화성.."이제라도 다행" "또 입길 불편"

당시 팀장 "처벌못해 절망감"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성시 안녕동의 논 전경.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성시 안녕동의 논 전경.



“지난 30여년 동안 피해자는 저승에서, 유족은 이승에서 얼마나 원통했겠어요. 용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제발 죄를 뉘우치고 진심으로 반성했으면 하네요.”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주민 서모씨)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밝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9일 경기도 화성시 주민들은 이제라도 범인이 잡혀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일부 주민들은 강력사건 현장으로 화성시가 또다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용의자인 이춘재(56)가 범행을 저질렀던 화성시 진안동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이모(55)씨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너무 무서워 한동안 밤에 인적이 뜸한 곳은 가지 않았다”며 “나도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유족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시간을 보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진안동 병점역 인근의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47)씨는 “30년이나 지난 사건이었지만 범인이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에 돌아다닐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끊이지 않아 딸아이에게도 밤길 조심하라고 늘 주의를 줬다”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추가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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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점역 부근의 구도심 주민들과 달리 화성 신도시 주민들은 한동안 잊고 있던 연쇄살인사건이 다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게 반갑지 않은 눈치다. 동탄신도시에 사는 한 주민은 “신도시가 들어선 화성시 동부지역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하고 있는데 ‘화성은 살인사건 발생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며 “사건이 해결돼 다행이지만 화성이 또 거론되는 게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에 용의자가 지목된 것을 계기로 화성은 위험한 곳이라는 오명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25년 동안 화성에서 택시 운전을 해온 이모(59)씨는 “화성하면 연쇄살인사건과 씨랜드 참사를 가장 먼저 떠올려 치안이 불안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용의자가 이번에 지목된 만큼 미제사건 지역이라는 오명은 벗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이자 사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하승균 전 총경도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 전 총경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드디어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에 기쁘면서도 정작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현실에 깊은 절망감이 들었다”며 너무 화가 나 전날 밤에 잠도 설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늘리자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범인이 다른 중대 범죄를 저질러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길 망정이지, 만약 가벼운 형량을 받고 당장 다음달이나 내년에 출소한다고 했으면 대체 어쩔 뻔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한동훈·김현상기자 hooni@sedaily.com

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발생지인 화성시 진안동 고가도로./연합뉴스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발생지인 화성시 진안동 고가도로./연합뉴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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