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조국 ‘검사와의 대화’, 유승준이 군대 가라고 하는 것”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가진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무영(56·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서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임 검사는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임 검사는 2003년 TV로 생중계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와 조 장관의 이번 대화 자리를 비교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의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조 장관의 검찰청 방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 검사는 “이미 전임자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행사를 다운그레이드해 열면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갑자기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느냐”며 “전국 검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한 가지씩 법무행정 또는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써내게 하고 그걸 모아 질의응답집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보준칙의 전례에서 보듯이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는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 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국 장관은 그 적임자는 아니다”라며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