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겉으로는 일본 경제를 이기자는 ‘극일’을 강조하면서 정작 국회에서는 반(反)기업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최장 기간의 경기 하강을 목전에 두고도 소재부품특별법 기한 연장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기업 활력 법안을 처리조차 하지 않아 당정이 경제위기 상황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관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관세청장이 필요하면 직권으로 안전성 검사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법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이 있어야 검사를 할 수 있다. 한국은 수출입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인,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새 법안은 관세청장이 독립적으로 수출입물품을 들춰볼 권한을 준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사한다며 수출품 통관을 늦추면 연관된 글로벌 기업들의 납기가 다 틀어진다”며 “이제 관세청에 알아서 기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 분야에만 해당하던 집단소송제도를 소비자 분야까지 확대하는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권으로 대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상생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재계가 벌벌 떠는 가운데서도 더 강한 법안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당정은 극일을 위한 법안에는 손 놓고 있거나 권한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 소재·부품 육성 기업에 각종 특례를 주는 기존 소재부품특별법은 오는 2021년이 시한이다. 집중적인 연구개발(R&D)을 위한 탄력근로제 기한 연장(3개월→6개월)도 필요하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 거취를 둔 정쟁으로 9월 국회에서 다루지도 못했다. 그 사이 조세 등 특례를 주는 새 소재부품장비특별법의 권한을 두고 각 부처가 이견을 보이며 조속한 법안 마련은 더욱 요원해졌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정부가 기업에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기존 규제는 그대로 있고 최근 새로운 규제마저 만들고 있다”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숨 쉬기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구경우·이재용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