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리츠가 국민 ‘재테크 상품’이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에서는 현재 6조원에 불과한 공모 리츠와 공모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를 3년 뒤인 2021년까지 60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중 공모 상장 리츠를 적어도 십 조원 이상으로 키우려면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책과 함께 양질의 리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운용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꼬 튼 리츠 시장, 탄력 받으려면 정책 지원 필수= 정부는 최근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에서 공모 리츠·부동산펀드에 3년 이상 장기투자시 투자 원금 기준 5,000만원까지 배당소득에 대해 9% 분리과세 방침을 밝혔다. 기존에는 14% 세율이 적용됐고,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를 통해 누진세율을 매겨왔다. 세제 혜택을 통해 앞으로 공모 리츠 투자시 일반과세 대비 0.4%포인트, 종합과세 대비 2%포인트의 수익률 개선이 기대된다. 전방위적인 비과세·세제 감면을 지속적으로 축소 해온 정부 입장에선 공모 리츠를 위해 상당한 ‘세제 당근책’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이 같은 투자자 세제 혜택은 법 시행 이후 투자분에 대해서 적용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종 확정될 것”이라면서도 “신규 투자자 유입을 위해 시행하는 세제 감면책인 만큼 법시행 후 투자분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급자 측면의 세제 혜택도 추진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공사모 리츠·펀드 구분없이 적용되고 있는 재산제 분리과세를 내년부터는 공모 리츠·펀드에만 줄 방침이다.
그러나 공모 리츠 시장을 획기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처럼 과감한 세금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모 리츠·부동산펀드가 매입하는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형근 NH투자증권 팀장은 “아예 배당소득세를 면제주거나 5,000만원까지인 세금 혜택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공모 리츠 시장에 들어올 만한 유인책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리츠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루빨리 풀어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리츠에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세에 대한 저리 과세와 과세이연효과가 크다. 현재 확정급여형(DB형)퇴직연금에서만 리츠 투자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DC형 투자 가능상품을 확대하기 위해 큰 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의견수렴 등을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 갖춘 조단위 리츠 잇따라 나와야 =상장 리츠가 대체투자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장리츠가 조단위의 대형 리츠로 성장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와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리츠와 펀드의 차이는 성장의 용이성”이라며 “부동산펀드는 1개 물건을 담는 폐쇄성이 큰 반면 리츠는 추가 증자를 통해 좋은 부동산을 추가로 사들여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를 높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대형 리츠들은 부동산을 꾸준히 매입·매각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를 위해선 알짜 민자 개발 사업 등에 공모 리츠에 우선권을 준다거나 수도권 신도시내 상업시설과 수도권 대형 물류시설을 공모리츠에 우선 배정해 이들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양질의 부동산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한 리츠 AMC 대표는 “리츠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공공의 자산을 리츠를 통해 국민 재산 증식을 위해 내놓으면서 리츠 초기 시장을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들 역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것도 리츠 대형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채 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선 운용사의 공신력을 믿고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문화”라며 “국내서도 신뢰도 높은 운용사들이 리츠 시장에 활발히 참여해 양질의 리츠 상품을 제공하면서 리츠 시장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