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인터넷 미디어에 관심을 가졌다. 어느 날 의문이 들었다. 과거 PC 통신 시절에 나타난 댓글은 ‘OO님’이라고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는 형태였는데 왜 비난하는 내용의 공격적인 댓글이 주가 된 걸까. 인터넷이 점점 확산하고,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댓글 문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댓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점점 강해졌고 평범한 대학생은 창업으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가까운 고시원에 살았는데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다 보니 늘 피곤한 상태였어요.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 비슷한 상태까지 가기도 했죠.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까지 집착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제 개인적인 삶의 계획보다도 이 아이템이 세상에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켰어요. 내가 안 하면 아무도 하지 않을 텐데, 댓글 때문에 죽고 정신병까지 겪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막을 방법이 없어질 텐데, 그러니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원래 불의가 있으면 못 참고, 뭔가 잘못된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학생일 때는 학교의 잘못된 것들이 보였고, 나이가 들면서는 지역사회로 영역이 확장됐죠. 점차 제가 바라보는 문제의 크기가 커지면서 인터넷환경까지 이어졌어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마치 도전처럼 댓글 문제를 마주하게 됐죠.”
지난 2007년 대학생 창업동아리로 문을 연 시지온은 김미균(33) 대표가 이 같은 고민 끝에 시작한 소셜 댓글 서비스 업체다. 시지온은 지난 2009년 11월 아시아 최초의 소셜댓글 서비스인 ‘라이브리’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라이브리란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에 로그인하는 방식으로 사이트에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A사이트에 댓글을 남기기 위해 A사이트에 가입하는 절차 없이 카카오톡으로 로그인만 하면 된다. 특히 자신이 작성한 댓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연계할 수 있으며, 내가 그간 작성한 댓글을 한 번에 삭제·관리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라이브리를 통해 악성댓글이 감소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자신의 SNS를 통해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설정한 프로필 이미지를 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쓰는 댓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둘째, 댓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악성댓글을 쓰는 것을 자제하게 된다. 셋째,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로그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댓글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SNS가 실명보다 더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시대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댓글을 작성하기 위해 SNS로 로그인하다 보니 댓글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되죠. 특히 로그인하는 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에 누구나 댓글을 쉽게 남기게 되는데 이게 큰 역할을 해요. 기존에 댓글을 남기려면 회원가입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해당 기사나 사이트의 팬이나 안티와 같이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로그인이 쉬우면 중도 의견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댓글의 양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극단의 의견도 줄어들게 되죠.”
이 같은 장점을 가졌지만, 라이브리를 론칭한 뒤에도 쉽지만은 않았다. 약 8개월 동안 아무도 라이브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 김 대표는 론칭 시점부터 약 8개월이 지난 2010년 7월에서야 라이브리를 사용하겠다는 언론사를 겨우 찾았고, 처음으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회사 건물에 들어가고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테이블에 앉고 라이브리의 필요성을 설명하던 순간들이 모두 선명해요. 꼭 성사시켜야 하는 딜이라고 생각해 너무 긴장한 상태였는데, 3개월 정도를 진정성 있게 설득한 끝에 마침내 계약을 체결했죠. 당시 해당 기업은 댓글에 대해 포기 상태였는데, 라이브리를 도입한 뒤 악성댓글이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저희가 해당 기업 대신 댓글을 관리하기 때문에 악성댓글을 관리하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었죠.”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첫 도입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라이브리의 누적 사용자는 3,100만명에 달한다. 설치된 사이트만 4만3,000개로 고객사의 수도 1,258개다.
현재 시지온은 댓글 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후기’를 마케팅으로 이용하게 돕는 ‘어트랙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확장에 나서고 있다. 고객의 후기나 리뷰도 ‘리액션’이라는 점에서는 ‘댓글’과 마찬가지라는 시각에서다. 어트랙트란 인스타그램의 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해시태그로 검색한 후 선별해 온·오프라인 채널에 노출시키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B제품에 대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많은 후기를 하나로 정리, B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나 옥외광고판 등에 노출하는 식이다. 이 경우 B제품에 대한 구매를 고민하는 이들은 실제 소비자가 남긴 후기를 접함으로써 B제품을 신뢰하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매 욕구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쇼핑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후기예요. 하지만 후기를 작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과거에는 이런 후기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적극적으로 후기를 남기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자신이 구매한 물건에서부터 다녀온 여행지, 먹음 음식 등을 올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죠.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흩어져있는 후기를 하나로 모아서 큐레이션하는 게 어트랙트에요.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어트랙트 샵’을 출시했습니다.”
현재 시지온은 댓글을 빅데이터화한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댓글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제품이나 경험 등에 파생물이란 점에서 댓글과 후기, 리뷰는 같은 리액션 데이터예요. 액션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리액션 데이터는 의미가 있을 수 있죠. 시지온은 리액션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잘 만드는, 리액션 콘텐츠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장 잘 만드는 ‘리액션 콘텐츠 기술회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