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조각 작품을 제작하는 이색 심포지엄이 열린다. 23일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 3가 춘천평화생태공원 꿈자람물정원에서 개막한 ‘제 1회 춘천 조각 심포지엄’이다.
지난 7월 진행된 공모를 통해 선정된 9명의 조각가들이 행사장 주변에 마련된 5곳의 대형작업실에서 신작 제작에 돌입해 행사가 끝나는 다음달 13일까지 21일간 ‘공개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흔히 심포지엄이라 하면 강연과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며, 작품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방식은 사례가 드물다.
새까만 돌 오석(烏石)을 정교하게 다듬어 진경(眞景)을 만들어 내는 권창남, 20년 이상 줄기차게 동(銅)을 소재로 삼되 그 안에 따뜻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안재홍 조각가가 참여한다. 배우 마동석이나 송강호 등을 떠올리게 하는 퉁퉁하지만 소심해 보이는 동네 건달과 복서의 이미지로 유명한 조각가 김원근도 함께 한다. 납작하게 편 철판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반추상 작품을 만드는 강신영, 화강암과 빛을 접목한 작품의 박근우, 해체된 인체를 통해 생의 본질을 되묻는 박장근, 광택 도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추상조각가 심병건, 석기시대 뗀석기를 떠올리게 하는 불규칙한 제작법의 장성재를 비롯해 막내 격인 젊은 조각가 정창대까지 꾸준히 조각의 한 길을 파 온 작가들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톱질, 망치질, 용접 등 작업 기법을 모두 보여주게 된다. 완성작은 춘천 약사천 수변공원 일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춘천은 한국 근대조각의 대표작가 권진규(1922~1973)가 학창시절을 보낸 고향 같은 곳이다. 그는 ‘소녀의 얼굴’ ‘자각상’ ‘말’ 등 영혼까지 담은 듯한 구상조각으로 재능을 보여줬고 화단의 호평도 얻었지만 51세에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춘천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미술제인 이번 행사는 권진규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 심포지엄의 주제이기도 한 ‘원시의 숨결’은 일본의 서양화가 겸 평론가인 도시마 야스마사가 권진규의 작품세계를 함축해 표현한 말이다.
조각가인 전항섭 춘천조각심포지엄 조직위원장은 “권진규 이후에도 춘천은 지속적으로 조각가들을 배출한 예술도시”라며 “올해는 심포지엄 등 소규모로 행사가 진행되지만 내년에는 규모와 깊이를 더해 장차 조각이 춘천의 도시브랜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기간에는 지역작가 교류전, 회화 특별전, 토슨트 프로그램과 체험부스 등의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