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15년차 박상현 "투어 배지가 보물 1호...마스터스도 갖고 싶어"

한국 남자골프계의 '허리'

상금왕 등 지난해 국내 3관왕

올핸 디 오픈·日투어 맹활약

세계랭킹 첫 두자릿수 눈앞

슬럼프 없이 상위권 유지 비결

'나만의 스윙 리듬감 찾기' 꼽아

박상현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박상현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박상현 /사진제공=KPGA박상현 /사진제공=KPGA


박상현(36·동아제약)은 한국 남자골프의 ‘허리’다. 51세(호적상으로는 49세) 최경주, 21세 임성재와 각각 열다섯 살 차이로 딱 중간이다.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한국인 개척자, 임성재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신인상 수상자다. 프로 15년 차 박상현은 그 중간 연령대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8승,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렸고 한국·일본 외에 유럽과 아시안 투어 출전권까지 보유한 ‘시드 부자’다. KPGA 투어 상금왕 등 3관왕을 차지하고 아시안 투어 신인상까지 탄 지난해가 정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난 7월 최고 전통의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에서 공동 16위에 올랐다. 이달 8일 일본 투어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는 4타 차 열세를 뒤집고 한국 선수 중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랭킹 4위(5,489만7,300엔·약 6억1,255만원)에서 일본 투어 상금왕에 도전한다.

박상현을 최근 한 대회장에서 만났다. 이미 다져놓은 것이 많은데도 그는 또 다른 밭을 일구려 구상 중이었다. 바로 메이저 중의 메이저 마스터스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박상현은 “마스터스에서 출전 선수들에게 주는 배지(플레이어스 핀)를 언젠가 꼭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매 시즌 각 투어에서 주는 배지를 집에 진열해 놓았다. 15년간 모은 그 기념품이 저에게는 자부심과도 같다”면서 “출전 선수들에게만 주는 디 오픈 배지는 지난해 포함 2개를 모았다. 이제는 진열대에 마스터스 배지를 추가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상현은 우승 트로피들이 아닌 매 시즌 모은 배지가 ‘보물 1호’라고 강조했다. “볼 때마다 그해의 좋았던 기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이유다. 요즘에는 세계랭킹을 확인하는 것도 습관이 됐다. 105위에서 생애 첫 두 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초 기준으로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면 마스터스 티켓을 손에 넣는다. 시드가 여러 개인 박상현은 랭킹을 끌어올릴 기회가 많다. 그는 “좋은 성적을 내고 나서는 꼭 랭킹을 확인한다. 최근 들어 순위가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고 두 자릿수도 그리 멀지 않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 볼 때마다 목표의식을 다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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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은 슬럼프가 없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거의 매 시즌 상금랭킹 상위권을 지켜왔다. 비결은 ‘리듬’이다.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의 과정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일정하게 지킨다. 가끔 안 좋은 샷이 나올 때도 스윙 궤도는 신경 쓰지 않고 리듬만 점검한다. 박상현은 “오른발에서 왼발로의 체중 이동 타이밍이 포인트인데 0.1초라도 어긋나지 않도록 연습한다”면서 “비거리가 상대적으로 모자란다 해도 스윙의 리듬감만 가지고도 충분히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경기한다”고 했다.

박상현은 지난해 처음 나간 디 오픈에서 4타 차로 컷 탈락했는데 올해는 공동 16위 상금 12만6,313달러(약 1억5,000만원)를 받아왔다. 조던 스피스(미국)보다 1타 잘 쳤고 저스틴 토머스(미국)보다 1타 못 쳤다. 마지막 날 우산이 꺾여서 날아갈 정도의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유럽 투어 시드가 있어 디 오픈과 비슷한 환경에서 2주 연속 대회를 치르고 넘어간 게 큰 도움이 됐다. 박상현은 “올해 상금왕이 목표인 일본을 주 무대로 뛰면서 유럽 투어는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6일 일본 투어 파나소닉 오픈에 나가고 다음달에는 국내 유일의 PGA 투어 대회인 더 CJ컵에도 출전한다.

박상현은 ‘박카스 프로’ ‘박카스 아저씨’로도 불린다. 모자 앞면에 새겨진 후원사 제품의 로고 때문이다. 2015년부터 5년째 후원을 받고 있다. 박상현은 “감사하게도 좋은 후원사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다. 이 모자를 쓰면 없던 활력도 생기는 기분”이라며 “체력 관리만 잘하면 5년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는 지난해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동아제약이 거기에 1억원을 더해 뜻을 함께했다. 박상현은 “저희가 전달 드린 기부금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치료도 잘 받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더 잘해서 더 많이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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