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 "경제·민간교류 지속해야" 日 "제3국서 공동사업 추진하자"

[한일경제인회의]

김윤 "양국 수평 분업은 부품·소재·장비 제품으로 연결"

사사키 "스마트시티 개발 등 공조...올림픽도 협력을"

유명환 "북한 개혁·개방 과정서 한일경협 중요" 강조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김윤(왼쪽) 한일경제협회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김윤(왼쪽) 한일경제협회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한일 양국이 경제협력을 위해 물밑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 오신 일본 기업인들도 부담이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행사가 어렵사리 개최된 것은 양국 경제인들은 경제교류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일본 정부의 수출제재 조치 이후 24일 한일 경제인들이 첫 만남을 가졌다. 한일 간 갈등이 양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제인들부터라도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만남을 만들었다. 이날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윤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제인회의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969년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열렸던 한일경제인회의가 올 5월 양국 관계 악화로 무산될 뻔한 위기를 언급한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가 7월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뒤에도 양국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으로 갈등을 고조시켜왔다. 하지만 한일 재계 대표들은 양국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민간 차원에서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경제는 생산·분배·소비로 이뤄지는 유기체”라며 “한일 간 수평분업은 부품·소재·장비·제품으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국 기업은 과거가 아닌 미래, 이념이 아닌 현실을 보고 미시적 노력을 함께하고 있다”면서 “투명한 경영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재정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한일 경제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통·교류·협력의 창구로 활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겸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은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우선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사키 회장은 “한국 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어 대단히 마음아프다”면서 “불매운동으로 한국 내 일본 기업과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까지도 피해를 입고 있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사사키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국 기업이 제3국에서의 공동 프로젝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기존 인프라 개발 외에도 스마트시티 등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에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제3국의 사회 발전에도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양국 기업이 공동 이익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통해 한일관계 복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사키 회장은 그 외에도 호혜적인 경제관계를 유지·발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재·문화교류 △차세대 네트워크·지역교류 활성화 △올림픽 성공 협력 등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 진출한 기업은 1,070개로 서울재팬클럽에 가입한 400개사만 해도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한일 고교생 교류 캠프 및 한일 학생 회의 등 다양한 민간 풀뿌리 교류는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한국의 힘만으로는 북한의 개혁·개방 이후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제공되는 경제적 지원을 조성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때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은 일본·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축사를 맡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양국 기업인의 만남이 한일관계 회복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유 본부장은 “한일경제인회의는 양국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한국 정부도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적 노력 등을 기울여나가고 신뢰에 기초한 경제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이어 “양국 간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제한되고 서플라이체인이 흔들리는 현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과 일본 간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양국이 직면한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의 한일협력’을 주제로 새로운 50년의 한일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날 회의의 부대행사로 양국 간 산업기술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주관하는 ‘한일 산업기술 페어 2019’ 행사도 열렸다.


박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