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여걸’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기습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크라이나 의혹’, 즉 현직 대통령이 야당 대권주자를 압박하기 위해 헌법적 책무를 버리고 외국 정부와 부정한 공모를 했다는 게 탄핵 조사 결정의 이유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도 미국을 두 쪽 낼 수 없다는 이유로 탄핵을 주저했던 펠로시 의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장고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워싱턴 정가는 탄핵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한국 역시 미국 정가에서 밀려올 불확실성의 파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 됐다. 당장의 고민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순항할 수 있을지다. 최근 북미 정상이 상호 유화 제스처를 보이며 협상 재개 흐름은 탄력을 받고 있었고,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9차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관계 ‘변환(transform)’이 언급될 정도로 북미 간 화해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은 상황이었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답방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에서 탄핵이 최대 이슈가 되면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개연성이 있다. 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북미협상을 서둘러도 문제다. 불완전한 비핵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문제 역시 어려워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악재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통상 문제 등을 이슈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미국 유권자들을 의식해 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자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맞서 중국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포스트 트럼프’를 겨냥해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수출주도 국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대기업의 불확실성 점증, 우리나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투자 요구 가능성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3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윤홍우기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