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STORY]명품 갖고는 싶은데 돈은 없고…짝퉁시장 2년새 5배 커졌다

'가짜 명품' 반입 적발 2017년 265건 → 올 1,140건 급증

90% 중국산…'3초백' 루이비통 630억 최다, 구찌·샤넬 순

"구매력 없는 밀레니얼세대 과시욕에 SNS 불법거래 수두룩"

2715A02 관세청 명품 짝퉁 적발 건수



명품 브랜드 짝퉁을 국내에 반입하려다 적발된 건수가 2년 새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초백’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의 적발 건수가 가장 많았다.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과시성 소비 트렌드와 이 계층의 가처분소득 감소가 다시금 짝퉁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어둠의 경로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점도 짝퉁 급증 현상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26일 서울경제가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0~2019년 관세청 지식재산권 위반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짝퉁 적발 건수는 지난 2017년 265건에서 2019년 8월 기준 1,145건으로 늘어났다. 특이한 점은 감소하던 짝퉁 반입 적발 건수가 감소세를 끝내고 2017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2011년 1,030건까지 치솟았던 짝퉁 적발 건수는 2013년 558건, 2015년 452건 등으로 줄어들다 2017년을 기점으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줄어들던 짝퉁 시장의 규모가 다시금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브랜드별로는 루이비통이 가장 많았다. 올해 기준 루이비통이 88건으로 1위, 구찌(86), 샤넬(47), 버버리(39), 에르메스(25) 순이었다. 특히 루이비통의 경우 올해 4월 정품 기준으로 2,332억원 상당의 짝퉁이 적발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올해 짝퉁 루이비통 적발이 급증한 것은 4월 중국산 명품 브랜드 위조품 15만4,000점을 압수했기 때문”이라며 “짝퉁 시세로도 630억원”이라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짝퉁 가방이 2,510억원어치로 가장 많았고 의류(510억원), 신발(358억원)이 뒤를 이었다. 짝퉁 원산지로는 중국이 90%로 압도적이었고 그 뒤로는 홍콩과 미국, 일본 순으로 나타났다.


짝퉁 시장이 살아난 것은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의 과시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집은 못 사더라도 값비싼 차를 사고, 차도 살 돈이 없으면 명품을 산다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성”이라며 “필수품은 초저가로 사지만 패션·뷰티 상품은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게 밀레니얼 세대다. 진짜 명품을 갖지 못하는 어려운 밀레니얼 세대가 짝퉁이라도 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명품 시장의 부흥과 함께 짝퉁 시장이 ‘그림자 시장(shadow market)’ 역할을 하며 동시에 커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명품 시장은 ‘10년 만의 초호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 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백화점의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9.2%를 기록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기성세대뿐 아니라 20~30대 고객의 비중이 점차 늘어 명품 브랜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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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짝퉁 시장의 부활과 연관이 깊다. 통계청이 8월 발표한 2·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지갑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돈인 균등화 가처분소득은 1.3% 줄었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소득 1분위의 핵심계층은 젊은 1인 가구다.

SNS에서 다양한 짝퉁 시장 접근법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SNS에 ‘짝퉁 미러급’ ‘짝퉁 레플리카’만 검색하면 수십 곳의 짝퉁 판매 업체 사이트가 노출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짝퉁의 정교함이 발전하고 있다”며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가의 짝퉁 역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패션 업계도 짝퉁 시장이 커가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짝퉁이 많이 생산될수록 인지도가 높고 인기가 많은 제품이라고 이해하는 업계도 있다”며 “짝퉁 시장과는 별개로 명품 소비층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짝퉁 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브랜드가 손해 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짝퉁 시장이 다시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패션 업계 관계자는 “명품을 갈구하지만 구매력이 없는 소비층이 모조품을 찾는 것은 늘 있던 일”이라면서 “루이비통은 3초마다 보인다고 해서 ‘3초백’이라는 별명을 진작에 얻었다. 짝퉁에 대한 수요는 불경기와 관계없이 높다”고 말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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