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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밀레니얼 선언]가장 촉망받던 밀레니얼, 어떻게 가장 불행한 세대가 됐나

■맬컴 해리스 지음, 생각정원 펴냄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 받아

'혜택받은 세대'로 불렸지만

금융위기로 취업난 시달리며

고스펙 쌓고도 빚더미 올라

생존경쟁 겪으며 '공정' 최우선시

채용·입시비리 등에는 강한 분노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일반적인 사전적 정의이다.

한국에서 90년대생 혹은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혜택받은 세대’로 불린다. 동시에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접적인 피해자로 최악의 취업난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극단적인 절약과 저축으로 돈을 모은 뒤 조기 은퇴하자는 ‘파이어(FIRE)’ 열풍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면서 ‘소비시장 큰 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앞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지만 이들을 하나의 특징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우리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했지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일까?’ 신간 ‘밀레니얼 선언’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어떤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지금의 밀레니얼이 됐는지를 역사적 흐름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맬컴 해리스는 저널리스트이기 이전에 1988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다. 책은 저자가 속한 또래 세대의 역사적 과제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저자는 ‘인적 자본’이라는 프레임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고 이전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뛰어난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자랐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분초를 다투는 스케줄 속에 한번 밀려나면 끝이라는 강박감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사회적 자산으로 길러진다. 이 책의 원제목이 ‘요즘 아이들, 인적 자본과 밀레니얼’이라는 점에서 저자 스스로가 속한 세대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좋은 교육을 받으면 더 좋은 직장과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부모세대의 믿음 아래 성장했다. 미국인들의 낙관주의는 대외 여건이 안 좋거나 사회가 큰 격랑에 휩싸여도 대학을 졸업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중산층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일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재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한국의 90년대생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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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밀레니얼 세대는 어려서부터 소위 ‘잘 팔리는 상품’으로 길러졌다. 하지만 기성 사회는 이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최고의 스펙을 강조해온 시장은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았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점인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대졸자들의 실업률과 불완전 취업률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학자금 대출에 인턴 같은 불완전 고용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 결과 밀레니얼 세대는 가장 많은 빚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일자리가 없는 역사상 가장 불운한 세대로 전락했다. 책의 부제로 달린 ‘완벽한 스펙, 끝없는 노력 그리고 불안한 삶’은 밀레니얼 세대가 느끼는 자신들의 처지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더 많은 정신적 부담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런 성장배경은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왜 ‘공정’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들이 경쟁에서 승리해 자기 자리를 획득하기 위한 생존투쟁에 내몰린 상황에서 불공정은 경쟁의 규칙을 어기는 일이자, 자신들의 존재를 흔들어놓는 사건이다.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자녀의 입시 및 채용 비리에 밀레니얼 세대가 유독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그동안 우리는 ‘베이비 부머 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 등으로 끊임없이 세대를 구분하며 특징을 탐구해왔다. 우리 사회 주역으로 떠오른 90년대생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1만8,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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