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디커플링]고객을 낚아채라, 그것만이 살길이다

■탈레스S.테이셰이라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미국의 전자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2012년 당시 1,500개 지점을 보유하고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유통업체였다. 연휴 쇼핑 시즌에 마침 평면 TV가 새로 출시돼 매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연휴가 끝난 후 발표된 베스트바이의 분기 실적은 처참했다. 17억 달러 손실이었고, 이후로도 매출은 줄고 주가는 추락했다. 방문객은 많았으나 실제 구매고객이 적었기 때문이다. 몰려든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제품 정보를 살펴본 후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구입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었다. 이들은 지갑 대신 스마트폰을 열어 가격비교 앱으로 비용만 확인하고 떠났다. 결국 베스트바이는 지점 폐쇄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단 베스트바이뿐만이 아니었다. 잘 나가던 완구 판매업체 토이저러스는 지난 2017년 파산 신청을 했고 월마트, 메이시스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하버드 MBA교수는 이 점을 눈여겨 봤다. 이런 변화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신생 기업의 공격에 하나의 패턴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8년 연구 끝에 나온 신간 ‘디커플링(Decoupling)’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장 파괴 현상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시장 파괴의 주된 전략으로 ‘디커플링’을 지목했다. 이는 분리하기, 해체하고 끊어내기를 뜻하는데, 경제용어로는 보편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 다르게 움직이는 탈동조화를 가리킨다. 보다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기존 기업이 제공하는 고객 가치사슬(Customer value chain·CVC)에서 일부만 끊어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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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주는 기술플랫폼 우버는 자동차를 검색해서 고르고 구입하고 유지하며 사용하다 폐기하는 일련의 CVC 활동에서 ‘사용’ 단계만 낚아챘다. 덕분에 소비자는 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덜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연결과 접속 이후의 여러 과정 중에서 ‘영상 시청하기’ 단계만 집중 공략했다. 국내기업도 마찬가지다. 요리는 하고 싶지만 재료 구입을 어려워하는 고객에게 ‘재료 배송’ 단계만 서비스하는 마켓컬리나 소비활동에서 ‘배달’에 주력한 야놀자·배달의민족 등의 사례가 있다. 이들은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시장을 파괴해 우위를 점했고 유니콘 기업이 됐다.

저자는 “전문가들이 시장 파괴의 주요 원인이자 해결책으로 기술을 강조했지만 20여 종 산업과 수백 개 기업 사례를 연구조사한 결과 시장파괴의 주범은 ‘고객’이었다”고 말한다. 고객맞춤형 디커플링 전략을 소개하며 “누구나 디커플러가 될 수 있다”고 격려도 전한다. 2만4,8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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