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맘카페의 두 얼굴

  출산·육아 공유 등 순수성 잃고

  회원·규모 앞세워 상업화 변질

  정치·사회이슈엔 상호비방 난무

  부정적 인식 커지자 개선 움직임

  공익 활동·사회적 기업 전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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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청년 임대아파트를 추진하는 데 반감을 가진 지역 맘카페 운영자가 부모님이 경영하는 치킨집이 불친절하다는 글을 올리고 회원들이 이에 공감하며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비방글로 부모님 가게의 매출이 줄자 주인공은 남자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곧이어 회원 수를 앞세워 홍보를 미끼로 금품을 요구해온 맘카페의 ‘갑질’ 제보가 들어오고, 주인공은 이를 이용해 운영자와 담판을 짓는다.

요즘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되는 한 드라마의 내용이다. 맘카페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묘사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기혼여성들이 출산·육아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해 활동하는 맘카페가 회원 수가 늘고 규모가 커지자 영향력을 내세워 지역 자영업자를 상대로 불합리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맘카페가 개설 초기의 순수성을 잃고 상업화됐다는 비판은 지금도 꾸준히 제기된다.


온라인의 특성인 익명성을 기반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돼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잊을 만하면 나타난다. 음식점 종업원이 임산부를 폭행했다는 글이 맘카페에 올라와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가 큰 타격을 받은 일이나, 30대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한 맘카페 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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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공간이다 보니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발생하면 토론 수준을 넘어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강제탈퇴당한 맘카페 회원들이 운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기로 하면서 맘카페 운영진과 회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관련기사 4·5면

맘카페 운영자들은 억울해한다. 맘카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등 다른 테마의 카페들도 일정 부분 상업성을 띠고, 상당수의 인터넷사이트에서 허위사실이나 비방·욕설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유독 맘카페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항변한다. ‘맘충’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여성, 특히 기혼여성에 대한 차별·혐오가 맘카페에 대한 시선에도 일정 부분 투영된다는 주장이다. 기혼여성들의 다양한 사회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공동체로도 기능하는 대다수 맘카페의 역할이 일부의 일탈로 폄훼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맘카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인천·수원·일산·분당·김포 지역 대형 맘카페들이 지난해 협동조합을 만들어 환경·안전 캠페인을 벌이는 등 공익활동에 나섰다. 보다 투명한 운영을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맘카페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명아 지역맘카페운영자협동조합 이사장은 “사회적 책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적잖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대다수 맘카페는 회원들과 함께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와 가족, 지역과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엄마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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