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배우 최희서는 ‘아워바디’를 “반전이 있는 달리기 영화”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에게 몸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여성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몸과 정신의 상관관계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8년간 고시 공부만 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방치하던 주인공 ‘자영’(최희서)이 우연히 달리는 여자 ‘현주’(안지혜)를 만나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세밀하게 비춘다.
세계 5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2회의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호평을 받았으며, 제43회 홍콩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한국 영화 100주년’ 부문에 초청, 상영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이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 후보에 올라, 주인공 ‘자영’ 역을 연기한 배우 최희서는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아워 바디’는 한가람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자존감이 낮았던 20대 후반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를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운동에 몰두했던 이유가 단순히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아워 바디’의 시작점이 되었다.
최희서는 “자영이가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결국 성장한다는 점에서 성장영화로 다가왔고 끌렸다”면서 출연 이유를 밝혔다.
자영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패로 점철된 20대를 보내고 이제는 어느 것에도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허무주의자가 된 자영. 겉으로는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운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 좌절감 같은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이들 역시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 좌절하는 자영과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된다.
‘아워바디’는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지배한다는 구태의연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최희서는 “몸이 정신을 지배하느냐. 정신이 몸을 지배하느냐에서 더 나아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현실에서의 좌절을 해소하려고 운동을 한다면 일시적인 도피는 되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있을 텐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고, 이 고민이 영화의 시작점이 됐다‘고 전했다.
최희서는 “내 의지로 내가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남들의 시선 안에서 자유롭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인데,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살기까지 그 과정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 털어놨다.
자영은 명문대를 나온 뒤 행정고시 공부를 하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거듭되는 실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청춘의 달리기를 시작한다. 영화 속에선 자영이 뛰다 주저앉아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장면은 최희서 스스로에게도 정말 울컥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나도 자영이처럼 길 한복판이나 집에서 운 적이 많았다. 자영과 다른 점은, 저는 (배우 일)그게 하고 싶은 일이어서 계속했다. 자영은 공무원 시험 합격 자체가 어머니의 바람이고, 주변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현주를 만나고 달리기를 시작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자영이게 현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이자, 다시 한번 ‘혼란스러움’을 안기는 존재이기도 하다. 최희서는 “친구인데 자신보다 더 나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며 “후반에 현주의 또 다른 모습, 그리고 현주가 남긴 소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고 자영의 변화된 심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희서는 86년생 인간 ‘킹콩을 들다’로 데뷔한 10년차 배우다. 2017년 이준익 감독의 ‘박열’(2017)로 그해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한국영화계의 보석 같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0년을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데뷔 8년차에 영화 ‘동주’에 이어 ‘박열’을 만났다. 무명 시절 오디션에 떨어질 땐 영화 속 자영의 심리와 많이 비슷했다고 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최희서를 지탱해준 주문은 “남 탓 하지 말고, 후회 없이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야”이다. 간절함 바람은 통했다.
“잘 안 되거나 힘들 때도 있지만, 저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목표인데, 그러지 않으려면 무조건 제가 열심히 해야 하고, 후회없이 임해야 한다. 일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고, 엄마에게 효도하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물론 점심 메뉴 선택도 그렇다. 하하.”
최희서는 ‘아워바디’과 ‘박열’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자신에게 특별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이야기이다”며 “자영이의 두 번째 삶의 시작이 우리 영화의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의 메시지’가 온 몸으로 다가오는 영화인 것.
“영화를 보고 나신 뒤, 많은 분들이 보시면서 질문을 갖고 가실 것 같다. 자영이 직장을 그만두고, 그에게 남겨진 건 자신의 몸과 자신 자체이다. 자영은 현재 ‘나는 내 몸에 대해서 자신있고, 내 몸에 대해서 궁금한 상태이다. 그렇게 자영이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된다.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하고 싶은 걸 찾지 않았을까. 자기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이제 알아볼 것 같으니까. 이 영화에 대해서 작은 수다이든 토론이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한편, 영화 개봉과 함께 결혼 소식을 전한 최희서는 할리우드에도 진출한다. 저예산의 멜로영화라는 귀띔이다. 그리고 예비 남편에 대해 한마디 했다. “제가 절망할 때도, 또 기뻐서 좋아할 때도, 한 없이 슬퍼할 때도 늘 같이 있었던 사람이다. 저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