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범민주세력 결집 움직임...홍콩정부, 선거취소 검토

['우산혁명 주역' 웡 지방선거 출마]

웡 "후보자격 박탈땐 대가" 경고

우산혁명 5주년 맞아 파급력 높여

유권자 등록 시민수 400만 돌파

젊은층 중심 정부 심판론 확산에

홍콩사태, 선거갈등으로 번질 조짐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가운데)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28일(현지시간)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가운데)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28일(현지시간)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시위인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혁명 5주년에 맞춰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우산혁명’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웡 비서장이 선거전에 뛰어들며 홍콩 및 중국 중앙정부에 강력한 저항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반정부시위의 파급력을 의식한 홍콩 정부는 선거 취소까지 강행할 뜻을 내비쳐 홍콩 사태가 ‘선거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웡 비서장은 28일(현지시간) 우산혁명 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25일로 예정된 구의회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10년 넘게 살아온 ‘사우스호라이즌웨스트’구 출마를 결정했다. 그는 현재 이 지역 구의원이자 친중파 정당 신진당 소속의 주디 찬과 맞붙는다.


웡 비서장은 지난 2014년 9월28일부터 79일간 도심을 점거한 우산혁명의 주도자다. 그는 “5년 전 우리는 돌아오겠다고 했고, 더욱 비장한 각오로 돌아왔다. 우리 앞에 놓인 싸움은 우리 고향과 조국을 위한 것”이라며 출마 의미를 강조했다.

웡 비서장은 정부가 데모시스토당의 공동 창당자인 아그네스 차우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전례를 차단하기 위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차우는 지난해 1월 입법회 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당 강령에 포함된 ‘민주자결’이 중국의 ‘일국양제(1국가 2체제)’에 어긋난다며 그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도 2016년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불법집회 선동 및 참가 혐의로 기소돼 2017년 의원직을 잃었다. 웡 비서장은 “내 수감 이력을 빌미로 후보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면서 “만약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면 (시위에) 더 강한 모멘텀을 줄 것이고 그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도심에서 ‘우산 혁명’ 5주년 기념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완차이 지역 길바닥에 붙어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의 포스터 사진들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28일(현지시간) 홍콩 도심에서 ‘우산 혁명’ 5주년 기념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완차이 지역 길바닥에 붙어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의 포스터 사진들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웡 비서장의 출마 발표는 우산혁명 5주년을 맞아 반정부 및 범민주 세력의 결집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위가 29일 홍콩과 전 세계 70여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전체주의 반대’ 행진과 중국 건국 70주년인 10월1일로 예정된 반중 시위의 도화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지만 홍콩 시민 약 30만명은 28일에도 행정장관 직선제와 민주화 확대를 외치며 17주째 대규모 주말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부터 이튿날까지 중국을 독일 나치에 비유한 ‘차이나치(CHINAZI)’를 외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사진을 훼손하는 퍼포먼스까지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자 시위대는 경찰에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졌고 경찰은 물대포로 진압에 나서는 사태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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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시위로 지방선거에서의 타격을 우려한 홍콩 정부는 선거 취소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유권자로 신규 등록한 시민 수가 처음으로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부 심판론이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한 친중파 의원이 27일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시위대에 겁을 집어먹은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오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불공정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이에 람 장관은 구의원선거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중국 중앙정부는 구의원선거 결과가 홍콩 통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며 “범민주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을 우려해 이러한 공작을 꾸미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도 홍콩 시위가 선거 갈등으로 치달을 경우 일국양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10월1일 건국 70주년 행사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이 홍콩 사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사무소 대변인은 29일 성명에서 미 의회의 우산혁명 지지 입장은 중국의 내정에 심각하게 개입한 것이라며 “중국은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고 경고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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