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건국 70주년 中 미래는] 안으론 통제강화, 밖으로는 국력과시…공산당 장기집권 노린다

<상>'정상국가' 거부하는 中

70여년간 GDP 452배 '성장 약발' 앞세워 일당독재 강화

경기둔화 불만 커지자 애국주의 강요·사회탄압 강도 높여

미중 무역전쟁 해결 못하면 '집권 정당성' 흔들릴 수도

시진핑(앞줄 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건국 70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사 기념식에 참석해 엄숙한 표정으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시진핑(앞줄 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건국 70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사 기념식에 참석해 엄숙한 표정으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중국은 공산당의 통일된 견고한 영도가 필요하며 이런 영도가 없으면 분열하고 해체해 세계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최근 내놓은 정책백서 ‘신시대의 중국과 세계’는 이 같은 문구로 공산당 일당독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경기둔화 등 ‘내우외환’에 직면한 중국 당국이 공산당 중심으로 단결해 난국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런 백서를 내놓은 듯하다”고 풀이했다.






건국 70주년을 맞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일단 경제성과만 보면 눈부신 발자취를 보여왔다. 지난 1952년 300억달러였던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13조6,082억달러로 452배 급증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1962년 70달러였던 1인당 GDP는 2018년 9,470달러로 134배 늘었다. 중국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빈곤퇴치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빈곤인구는 1978년 7억7,000만명에서 2018년 말에는 1,660만명에 그치며 빈곤 발생률이 97.5%에서 1.7%로 급감했다.

이처럼 지난 70년 동안 경제가 급성장하는 사이 정치면에서는 공산당 일당독재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최근 들어 더 강화되는 상황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경제성장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안정을 위해 당을 중심으로 더욱 뭉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국경절을 앞두고 지난 2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시상식’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웅을 존경해야 영웅이 생긴다. 충성은 당과 인민의 사업을 위해 신념을 고수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산당 집권이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의 토대임을 앞세우는 중국 당국의 논리가 지난해부터 불거진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 속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민주 ‘정상국가’를 거부하고 공산당 일당체제를 계속하겠다는 지도부의 희망사항은 거꾸로 향후 경제성장과 사회안정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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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국은 최근 잇따라 대형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광둥성 주하이와 홍콩·마카오를 잇는 55㎞의 세계 최장 강주아오대교를 개통한 후 중국에서는 건국 70주년과 맞물린 대형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26일 개통한 베이징 다싱공항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이 공항을 두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내 지역 공항 과잉으로 제대로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앞서 개항식에 참석한 시 주석은 “휘황찬란한 업적”이라며 “중국에 불가능은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10월1일에는 역대 최대인 지상열병식을 개최한다. 열병식에는 총 1만5,000명의 병력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41’ 등 첨단무기가 총동원돼 사회주의 종주국이자 경제 규모 세계 2위, 군사력 3위 대국의 위상을 만천하에 과시할 예정이다.



경기 악화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애국주의 확산과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사회통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까지 완성하기로 한 사회신용 시스템이다. 14억 인구와 3,300만개 기업들을 점수화해 신용 등급을 부여하고 관리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인권운동가나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내부 통제와 대외 선전이 중국 앞에 놓인 난관을 뚫고 갈 충분한 동력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40여년 전 개혁개방 선언과 함께 공산당 독재를 고집한 덩샤오핑은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두 개의 100년’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어느 정도 풍족한 ‘샤오캉(小康)사회’를 이루고 건국 100년인 2049년에 모든 사람이 잘사는 ‘다퉁(大同)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샤오캉사회 수립 목표까지 겨우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6%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빈곤퇴치·사회안정을 통해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여겼던 이 목표는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양국 갈등은 한때 중국의 양보로 일정한 선에서 해결될 것으로 보였지만 중국이 ‘핵심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파탄이 난 후 전선이 경제에서 안보·인권 등으로 무한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도 타격을 입고 있지만 그에 비해 중국의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이 중국에 만연한 불공정 제도·관행을 고리로 총공세를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이냐에 따라 중국 경제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난 2012년 시 주석 취임 이후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한 해”라며 “역대 최대·최고로 불리는 행사 규모에서 중국의 절박함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과거 대약진운동이나 문화혁명, 6·4 톈안먼사태 등을 겪은 중국 공산당이 이번 난관도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개혁개방 이후 40여년간은 중국이 별 어려움 없이 성장해온 시기다. 하지만 경제가 일단 침체국면에 빠지면 공산당 일당 집권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국 대학의 한 한국계 교수는 “시 주석에 대한 내부 불만이 있더라도 위기상황에서는 일단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미중 갈등의 해결 여부에 따라 공산당 장기집권 여부가 가늠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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