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오후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부 업무보고는 사전에 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깜짝 발표’ 형태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까지 공개된 문 대통령 일정은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19기 자문위원회 출범회의가 유일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특별 메시지를 내놓은 후 청와대가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검찰을 향한 첫 메시지를 내면서 이미 조국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을 주변에 밝혔다고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순방 과정에서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등의 소식을 접한 후 본인이 검찰 개혁에 직접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가 촛불집회 이후에 결정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건 지난 27일”이라며 “그때 대통령 말씀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렸는데 당시 같이 얘기하셨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대한 첫 번째 경고성 메시지를 냄과 동시에 법무부 업무보고라는 후속 조치를 예고한 것은 즉흥적인 판단이 아닌 치밀한 구상하에 문 대통령이 움직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 그것도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해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낸 것은 28일 있었던 서초동 촛불집회의 영향이 커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누구도 그 정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국민들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은 당연한 얘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