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앱티브의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 합작법인 설립을 직접 언급하며 반색하고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과감한 미래차 투자 행보에 미국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투자 방향에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그치지 않고 미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정 수석부회장이 설정한 방향에 따라 현대차그룹 특유의 비즈니스 ‘캐치업 속도’도 한층 속도감 있게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현대차와 기아차, 앱티브가 미국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40억 달러 규모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는 빅뉴스가 있다”며 “이는 수 많은 돈과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일자리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세계 톱3 수준으로 평가되는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앱티브와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본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 1조2,387억원(지분율 26%), 기아차 6,670억원(14%), 현대모비스 4,764억원(10%) 등 현대차그룹이 약 2조4,000억원을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 명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문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지분율은 각각 50%로 같고 이사회도 동수로 운영되는 공동경영 체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투자를 크게 반긴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의회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 자신의 경제업적으로 내세우기 좋은 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첨단산업 투자이고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의미가 크다. 합작법인 전체 인력은 우선 약 8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앱티브의 전문인력 700여 명에 현대차그룹 인력 약 100명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본계약 체결 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도 필요인력을 파견해 공동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투자 계획 외에도 내비스타가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 트럭공장을 건설하고 애플이 텍사스 오스틴에서 신형 맥프로 컴퓨터를 제조하기로 했다고 소개하며 자신의 경제정책 업적을 과시했다.
재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선제 투자가 다음 달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수입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180일) 연기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 0%인 미국 자동차 관세가 25%로 뛰면 현대차 1조4,764억원, 기아차 1조1,104억원을 포함해 국내 5대 완성차 업체는 총 2조8,97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