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체제보장과 제재해제 등 요구조건에 대해 명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9월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조미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중심의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 측에 재차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사가 지난해와 달리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미 강경 기조를 취한 데는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정국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을 틈타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동북아의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신중국 건국 70주년 경축행사 서한을 통해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빛내기 위한 한길에서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새 계산법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나에게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게 분명해 보인다”며 ‘군사 옵션’까지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