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美, 유엔사역할 확대는 시대착오적 망동"...'우크라의혹' 벼랑끝 몰린 트럼프 흔드는 김정은

김계관 담화 이어 트럼프 대통령 체제보장 촉구

유엔주재北대표부도 "美 말 아닌 대담한결단필요"

北, 트럼프위기활용 美에 양보 끌어내려는 포석

김성 北유엔대사 "실무협상 시점, 낙관적" 평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벼랑 끝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흔들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는 탄핵정국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을 틈 타 실무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최대 양보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정국으로 위기에 몰린 만큼 북미 비핵화 이슈를 부각해 미 조야의 관심을 분산하고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2019 Global Peace Forum on Korea·GPFK)에서 ‘6·12 조미공동성명의 의의와 조미관계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미국은 심사숙고하여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을 가지고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조미공동성명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면서 앞으로 북미대화의 진척 여부는 “미국이 어떤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리 참사관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송환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조미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주었다”면서 “반면 미국은 말로만 관계개선을 떠들면서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미 정치권에서 탄핵논의가 활발해 진 후 트럼프 대통령의 체제보장과 제재해제의 용단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앞서 대미외교의 베테랑인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미국의 선(先) 비핵화 조지라는 일괄타결식 빅딜 불가론을 내세우며 단계적 비핵화 수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북한과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하거나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경솔한 협상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면 북한과 쫓기듯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활용해 미군의 유엔사 역할 확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유엔사 해체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중장기적 대남 전략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관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과 힐튼 안토니 데니스 주한남아공대사가 지난 2010년 서울 용산기지 나이트 필드에서 열린 남아공 유엔사 회원국 복위 의장행사에서 열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과 힐튼 안토니 데니스 주한남아공대사가 지난 2010년 서울 용산기지 나이트 필드에서 열린 남아공 유엔사 회원국 복위 의장행사에서 열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이날 ‘군사적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할 대신 오히려 그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외세의 군사적 지배를 반대하는 남조선 인민들에 대한 우롱”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월 한미는 연합연습을 진행하며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 능력을 검증 및 평가했는데 양측 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위기 관리에서 유엔사 역할과 권한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유엔사를 활용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군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신문은 유엔사 역할 강화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과의 지휘 관계 논란이 이는 데 대해 “남조선을 동맹의 쇠사슬로 계속 얽어매 놓고 남조선군에 대한 통수권을 영원히 거머쥐려는 미국의 본심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이 협상에서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탄핵이슈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과가 필요한 만큼 양측은 이른 시일 내에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 만찬에 참석해있다./뉴욕=연합뉴스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 만찬에 참석해있다./뉴욕=연합뉴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각종 돌출 행동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경제가 좋았기 때문인데 지금 미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꺾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 관점에서 보면 내부적으로 몰리는 게 역설적으로 외부적 성과를 얻고자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외교가 다 실패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볼 것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라고 관측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이날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2019 Global Peace Forum on Korea·GPFK) 만찬에 참석한 김 대사는 취재진과 만나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질문에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실무협상이 언제쯤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추가 질문에 “시점이 낙관적”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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