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북미회담 앞두고 한미훈련·제재 거론한 김계관 ...폼페이오 "협상일정 아직 못잡아" 막판 진통

김계관, 김정은 외교책사로 막후에서 영향력

金 "트럼프, 전임들과 다른 결단력, 용단 기대"

폼페이오 "준비돼 있다" 北에 대화재개 촉구

북미 막바지 기싸움 치열...10월 연기 가능성

北 영변 플러스 알파 수용여부가 관건될 듯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연합뉴스 자료사진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연합뉴스 자료사진



북미대화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대미협상의 베테랑으로 알려진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한미군사연습과 제재 문제를 27일 언급해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고비 때마다 김계관 고문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북한은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실무협상의 의제로 고려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김계관 고문은 지난해 6·12 1차 싱가포르 북미회담 직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대미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격분해 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김 위원장은 김계관에게 대화를 지속하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담화를 발표하도록 해 북미회담을 성사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계관 고문이 이날 담화를 통해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전혀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관계를 퇴보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신뢰 구축과 조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우리는 반(反)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여 우리나라에 억류되었던 미국인들을 돌려보내고 미군 유골을 송환하는 등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미국이 상응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선(先) 핵폐기 후 제재해제라는 일괄타결식 빅딜에 대한 거부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계관 고문은 ”아직도 위싱톤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나는 또 한 차례의 조미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계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극찬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북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대북) 접근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어 ”나와 우리 외무성은 미국의 차후 동향을 주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UPI=연합뉴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UPI=연합뉴스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실무협상 재개 촉구 메시지가 나온 직후여서 관심을 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실무협상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제한 뒤 북한에 조속한 대화 참여를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달 어느 시점에 미국과 만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 북미 간 협상을 여는 데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달 말까지 실무 협상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공개적 성명을 봤다”며 “우리는 이것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함께 만날 날짜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은 그들(북한)과 만날 준비를 해왔다”며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1년 반 전에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목표들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화에 관여할 기회들이 있다고 믿는다”며 “그리고 우리는 전화벨이 울리고 우리가 그 전화를 받아 북한이 되는 장소와 시간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되길,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약속들을 이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북미 양측의 기싸움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실무협상은 다음 달이나 돼야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플러스알파(+α)’를 받아들일 지 여부다. 외교가에서는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미국 내에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α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차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다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영변 핵 시설 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등도 플러스알파로 거론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정치·경제·외교적 보상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크리스토퍼 포드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2020회계연도 예산안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계부처들은 북한이 자신들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실제로 이행하면서 북핵 협상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행할 경우를 대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포드 차관보는 “우리는 (북한에 제시할) 다양한 종류의 가능한 답변을 확실히 준비하는데 전념해왔다”고 부연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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