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가 옥살이를 한 60대 남성이 4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 강혁성 부장판사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재심이 청구된 전모(68)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76년 4월 한국신학대(현 한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전씨는 동료 학생들과 유신헌법 개정과 구속 학생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서 수백 장을 복사해 학교 예배당에서 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1976년 3월 1일 전씨는 명동성당에서 문익환 목사, 함석헌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각계 인사들의 주도로 ‘3.1 민주구국선언’이 발표된 이후 이들과 또래 학생들이 연행·수감되는 모습을 보고 이 같은 성명서를 배포하기로 결심했다. 전씨는 유죄 판결을 받고 약 1년이 지난 1977년 출소했다.
재판부는 “적용된 법령인 긴급조치 9호는 당초부터 위헌·무효”라며 “사건이 범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전했다. 전씨는 법원을 나서며 “8월 말 있었던 재심 첫 재판에서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는 모습을 보고 43년 만에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며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크게 진전됐다고 느껴 기쁘다”고 말했다.
/정아임인턴기자 star45494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