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대 대형로펌 'CEO 표준모델']부산 태생 서울법대 나온 61세男...절반은 '순수 재야'

1세대 창업자·2세대 전관 이어

'어쏘 변호사' 출신 3세대로 진입

사법연수원 평균 기수는 14.8기

'김·태·광' 3대 MP 모두 재야출신

여성 한명도 없어...유리천장 여전




1958년 국내 법무법인(로펌)의 효시로 고(故) 김흥한 변호사가 주도한 김장리 법률사무소(법무법인 양헌의 전신) 출범 이후 국내 법률서비스시장 몸집은 커지고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는 2만5,000명을 넘어섰다. 2018년 기준 매출 100억원 이상인 로펌만 30여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매출액 1조원을 넘겼다. 태평양은 3,026억원(특허법인 포함)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광장(2,894억원)과 율촌(2,062억원), 세종(1,845억원), 화우(1,413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성장과 함께 법률서비스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면서 로펌의 규모와 조직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처음에는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로 직접 운영했다. 이때를 1세대로 지칭한다. 이후 창업자가 물러나고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 출신을 영입에 ‘전관 변호사’를 관리형 CEO로 전면에 내세운 2세대가 열렸다. 최근에는 로펌에서 ‘어쏘변호사’로 시작해 밑바닥부터 실력과 경험을 쌓아온 순수 재야 출신 CEO가 등장하면서 3세대로 진입했다. 이에 서울경제가 국내 10대 대형로펌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이 면면을 분석해 ‘표준형 대표변호사’를 알아봤다.

‘부산(대구·충북) 태생에 서울대 법대를 나온 순수 재야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기수 14.8기인 만 61세 남성 변호사’. 국내 10대 대형로펌의 ‘매니징 파트너(MP, Managing Partner)’ 10명을 전수조사한 ‘대형로펌 CEO의 표준 모델’이다. 경영전담대표변호사라 불리는 매니징 파트너는 로펌의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 중 한 명이다. 10대 대형로펌 MP 표준모델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성진 (61·사법연수원 15기) 대표변호사다. 김 대표는 MP의 역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우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미리 대비하고 목표를 향한 전략과 비전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로펌은 일반기업과 달리 동업자조직으로 수많은 파트너변호사를 존중하고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여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속 로펌 전체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대표변호사들의 사법연수원 평균 기수는 14.8기다. 가장 가까운 사법연수원 15기는 1982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3년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뒤 198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조인으로 출발한 기수다. 사법연수원 입소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법조경력 35년이 넘는 경험을 갖춘 전문가 그룹이다. 사법연수원 15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안철상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현재 사법부 최고위직이 많다. 대형로펌의 한 대표변호사는 “출세의 기준인 판·검사로 진출하는 게 중요했던 시절인 것을 고려하면 연수원 수료 당시 절반(300명 중 150여 명)은 변호사로 시작할 정도로 도전정신이 높은 기수”라며 “국내 10대 대형로펌 기준 2명을 비롯해 국내 주요 로펌 대표 중 15기가 6명이나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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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대형로펌 MP들의 출신대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 10명 중 8명(80%)으로 압도적이었다. 뒤를 이어 서울대 공대 1명(10%), 고려대 법대 1명(10%) 순이다. 전체적으로 서울대와 고려대 두 학교 출신이 100%를 차지했다. 로스쿨 도입 후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된다고 하지만 대형로펌 최고위급 변호사들은 여전히 법대 일색이다. 10명 중 9명이 법학을, 나머지 1명은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출신 고등학교는 경기고·경북고가 각각 2명 이었고, 나머지는 서울고·청주고·홍익사대부고·양정고·대구성광고·대구대건고 1명씩이었다.

출신 지역별로는 부산·대구·충북(2명)이 가장 많았고, 서울과 경북, 전북, 전남이 각각 1명이었다. 권역별로 대구·경북 3명(30%)과 부산·경남 출신 2명(20%), 전남·전북 출신 2명(20%), 대전 등 충청출신 2명(20%) 순이었고, 서울이 1명(10%)으로 가장 적었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60대가 5명(50%)으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이어 50대가 4명(40%), 70대가 1명(10%) 이었다. 최고령은 법무법인 이철(70·사업연수원 14기) 변호사, 최연소는 동갑인 대륙아주 이규철(55·사업연수원 22기) 변호사와 지평 임성택(55·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였다.

전체적으로 10대 대형로펌 MP는 순수재야 출신이 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법원 출신이 4명(40%)이고, 검찰 출신이 1명(10%)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연간 매출 기준 ‘김·태·광’ 3대 대형로펌 MP는 모두 ‘순수재야’ 출신이다. 모두 소속 로펌에서 어쏘변호사로 시작해 CEO에까지 오른 이른바 ‘3세 CEO’다. 아쉽게도 법조계 여풍이 강하지만 성별로 보면 10대 대형로펌의 MP는 모두 남성이다. 여성 MP는 단 1명도 없다. 변호사 4명 가운데 1명은 여성 법조인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법조계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전한 셈이다. 대형로펌 한 파트너 변호사는 “국내 로펌 역사가 발전하면서 점점 순수재야 출신 변호사들이 경영권을 갖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면서 “그래도 여전히 주요 로펌은 전관 출신이 M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로스쿨이 자리 잡으면 순수재야 출신은 물론 여성 MP가 배출되는 게 당연시 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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