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105560)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실적 다툼이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각각 내년 3월과 11월 임기만료 돼 이번 실적이 향후 연임을 좌우할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4분기 실적 이후 올해 전체 실적 윤곽이 나오는 것은 내년 2월이다. 연말께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면 결국 3·4분기 실적이 연임의 향배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사활을 건 ‘리딩뱅크’ 쟁탈전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경쟁도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086790)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올 3·4분기 추정 당기순이익은 총 3조1,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이 9,213억원, KB금융 9,161억원이었으며 하나금융 7,385억원, 우리금융 5,389억원 순이었다.
특히 실적 1위를 다투는 신한과 KB의 전망치 차이는 52억원에 불과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숨 막히는 실적 경쟁에 증권가 예상도 엇갈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3·4분기 은행 당기순이익 전망을 KB금융 9,540억원, 신한금융은 8,480억원으로 내놓아 오히려 KB금융이 앞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3개월 내 KB금융의 실적 최고치는 9,550억원, 최저치는 8,640억원으로 전망됐고, 신한금융은 최고치와 최저치가 각각 9,821억원, 8,700억원으로 나왔다. 두 금융지주 간 실적 경쟁이 말 그대로 예측불허인 셈이다.
이번 3·4분기 실적 결과가 각 금융지주의 회장 연임의 향배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2월에나 4·4분기 실적이 반영된 연간 실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임기를 내년 3월 마치는 조 회장에게는 분기 실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11월 임기종료를 앞둔 윤 회장도 리딩뱅크 탈환에 신한과 진검승부를 겨뤄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KB금융과 신한금융 간 순이익 전망치가 50억원 내외로 좁혀진 가운데 결국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8년 이후 2016년까지 9년 연속 실적 1위를 기록한 신한이 KB에 자리를 내준 것은 2017년 한 해였다. KB금융이 2015년과 2016년 각각 현대증권과 LIG손보를 인수하며 2017년 1위를 탈환했지만 신한의 공격경영으로 지난해 다시 뒤집혔다. 신한금융은 올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자회사로 편입해 기세를 끌어올리며 6월 말 기준 은행 부문 이익기여도를 55% 내외로 낮췄다. 반면 KB금융의 은행 이익기여도는 64%에 이른다. 매각이 공식화된 KDB생명 외에 매각 가능성이 높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유력 인수후보로 KB금융이 꼽히는 배경이다. 윤 회장도 생보사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어 리딩뱅크 경쟁이 생보사 M&A 시장을 달굴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