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평화경제’ 구현을 목표로 남북협력기금을 올해보다 1,140억원(10.3%) 많은 1조 2,203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올해 들어 지출을 의결하고도 아직 집행하지 않은 금액이 40%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미집행 금액의 대부분은 국내산 쌀 대북 지원 등이지만 북한의 냉담한 태도로 진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10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들어 총 7차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을 개최해 총 921억 2,500만원의 남북협력기금 지출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통일부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실제 집행했다고 밝힌 액수는 모두 합쳐 495억4,900만원이다. 이는 총 의결액의 53.8%다.
반면 미집행액은 총 364억1,400만원으로 총 의결액의 39.5%에 달한다.
또 통일부가 올해 1월 24일 교추협에서 의결한 ‘2019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경비’ 61억 6 ,200만원의 집행액 현황은 밝히지 않은 상태라 운영경비로 사용한 액수를 더하면 집행액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북협력기금 미집행액 중 272억 6,000만원은 정부가 대북 쌀 5만t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이다. 지원할 쌀의 국제가격 상당액과 국내 운송비 등이 포함된 예산으로 당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지급하려 했던 금액이다.
그러나 지난 7월께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남한이 지원하는 쌀 수령을 돌연 거부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이외에도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진행되지 않은 사업이 몇 가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의 쌀 운송·분배·모니터링 등을 위해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에 이미 지급한 미화 1,177만 4,899달러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다.
또 타미플루 대북 지원(35억6,000만원), 이산가족 화상상봉 추진(30억9,400만원) 비용도 약품이나 장비는 확보했으나 지지부진한 남북관계 탓에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올해 들어 남북협력기금이 쓰인 사업 가운데 실제 북한에 물자가 전달되거나 남북이 함께한 사업은 WFP·UNICEF(유니세프)를 통해 북한 영양지원·모자보건 사업에 지난 6월 공여한 800만 달러 정도다.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지난해의 경우 남북협력기금 총 의결액 가운데 미집행액은 11%가량이었다. 반면 올해의 경우 작년의 3배 이상이 미집행된 셈이다.
유민봉 의원은 “남북협력기금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편성되고 집행 부분도 사업별로 세세히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남북협력기금의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투명성을 높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