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000억원에 달하는 펀드의 환매 중단을 결정한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들에게 상환 계획을 밝힌다. 판매·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인데, 헤지펀드가 상환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10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로 판매사와 투자자에게 환매가 연기된 펀드의 상환 계획서를 송부할 예정이다. 라임운용이 펀드 만기 이전에 상환계획서를 전달하는 것은 처음이다.
계획서에는 일단 ‘플루토 FI D-1호’에 대한 유동화·만기상환·조기상환 등 3개 방법이 담긴다. 여러 펀드들이 재간접 형태로 담겨 있는 플루토 FI D-1호의 규모는 9,000억원이다. 국내외 기관에 편입돼 있는 펀드의 자산을 되팔거나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한 뒤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환매가 중단된 ‘테티스 2호’는 뾰족한 대책을 찾기 힘들다. 2,000억 규모인 이 펀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집중 투자(메자닌)해 왔다. 주로 1년인 만기 내에 전환가격에 비해 주가가 오르면 손쉽게 현금화를 할 수 있지만 하락을 이어가면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는 일찍이 예견돼왔다. 7월부터 수익률 돌려막기·부실자산 편입 등 의혹이 불거지자 위기감을 느낀 고객들이 투자금을 돌려 달라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펀드런(대규모 환매 사태)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라임운용은 주식, 채권, 부동산 및 PEF 등은 이번 건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펀드런은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환매 요청이 갈수록 거세지자 라임자산운용은 자사 대표 대체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환매를 중단했다. 일단 ‘셔터문을 내리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고객 자금이 이미 여러 자산에 투자된 상태라 현금 확보까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주가에 민감한 자산들의 경우, 약세장에 팔아버리면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모펀드(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명시된 이유가 있으면 수익자총회를 열지 않고 상환을 연기할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로펌과 금융감독원과 함께 상환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특히 감독원에는 꾸준히 펀드 상환 계획서를 제출했다.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나면 어떤 식으로 TF를 구성해 프로세스를 마련할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라임자산운용은 2~3개월 전부터 펀드 편입 자산 유동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에게 돌려줄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국내외 기관과 접촉해왔다. 특히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9,000억 규모 ‘플루토 FI D-1호’는 국내 상장사·비상장사의 사모 사채, 국내외 부동산 관련 대출 및 수익 증권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확정금리형 수익증권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자산을 성공적으로 되팔면 환매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라임운용은 관련 내용을 담은 상환 계획서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계획대로 자산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제 때, 제 값에 팔아야 때맞춰 고객에게 손실 없이 돈을 돌려줄 수 있지만 시기와 가격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라임운용 역시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상환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상환이 중단된 또 다른 펀드인 2,000억 규모의 ‘테티스 2호’ 역시 마찬가지다. 이 펀드는 주가에 따른 가치 변동폭이 큰 메자닌(CB, BW 등)을 주로 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7월 이후 코스닥 약세로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해 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졌다”고 환매 중단 사유를 밝혔다. 이후에도 약세장이 이어지거나 해당 기업 주가가 하락한다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라임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펀드 만기 이전에 유동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 등에 대해 고객들이 가장 궁금하실 것이라고 생각해 관련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