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용체계 개선방안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부족하다는 평가를 14일 내놨다.
이날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개선방안은) 기금운용위원의 전문성 강화, 상근위원 위촉, 분야별 소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난해 10월 개선방안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국민연금 기금위 산하에 3개 전문위원회(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위험관리·성과평가)를 법제화하고 그 위원장으로 상근 전문위원 3명을 임명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운용체계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5년 간 17차례나 시도됐다 무산된 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게 당시 복지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개선안이 정부가 기대하는 세 가지 정책효과를 거두기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우선 상근 전문위원들에게 요구되는 전문성 요건이 충분치 않다. 개선안은 금융·경제·자산운용·법률·연금제도 분야에서 5년 이상 재직한 이를 대상으로 상근위원을 임명하겠다고 적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문 분야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재직 및 경력 연수도 짧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는 효과도 부족하다. 경제개혁연대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만 확보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며 “투자대상 기업(사용자 및 근로자)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산운용업계로부터의 독립성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꼬집었다. 개선안에 따르면 각 상근위원은 근로자와 사용자, 지역가입자 등 가입자단체가 각각 추천한 3명을 임명하게 된다.
마지막은 정부가 강조했던 사회적 합의도 자칫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비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문위원회 구성 방법만 놓고 보았을 때 자칫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른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위원회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이익과 투자 대상기업의 사용자·근로자의 이익이 상충했을 때 자칫 국민연금의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보건복지부는 투자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위원이 임명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