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근접하는 데 고가주택 기준은 10년 넘게 그대로 입니다. 전용 59㎡도 10억원을 넘는데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11년째 멈춰 있는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고가주택 주택은 9억원이다. 강북도 상당수 아파트들이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0억원대를 훌쩍 넘기고 있고, 강남은 전용 59㎡가 10억을 넘는 거래가 늘고 있는 만큼 기준점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늘어난 고가 아파트 거래 = 14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4~6월) 전국에서 9억원을 초과한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5.3%로 나타났다. 2006년 실거래가 조사가 처음 이뤄진 후 역대 최고치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9억원 초과 거래가 무려 28.7%로, 4억원 이하 거래(19.0%)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더 많았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외에 강북 한강 변 지역과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9억원’은 정부가 고가주택 여부를 파악하는 기준액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156조는 ‘고가주택의 범위’를 실거래가 9억원 초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고가주택 기준을 정비한 것은 무려 11년 전이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급격한 주택 가격 인상을 고려해 기존 6억원이었던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으로 올렸다. 이후 가격 급등 시기가 몇 차례 더 있었지만 11년 넘게 이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중도금 대출도·보유세도 9억 기준 = 이 기준에 따른 제약은 주택시장 전반에서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고가주택 기준에 따라 청약 시장에서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소비자는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택 거래 때에는 9억원 이상일 경우 중개수수료 최고요율인 0.9%를 적용받는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정부의 안심전환대출도 9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각종 행정·과세지표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으로도 ‘9억원’이 최고 기준이다. 공시가격으로 9억원이 넘으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
시장의 흐름을 보면 정부의 ‘고가주택’ 기준은 이름이 무색해지는 수준이다. KB부동산의 9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8억 7,272만원으로 9억원에 거의 근접했다.
정부는 기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이유 중 하나는 기준을 높일 경우 세수 부족도 우려 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주택의 개념을 유지하려면 주택 가격이 오른 만큼 올리면서 유지해야 한다”며 “최근에 20평대 아파트도 20억을 넘는 거래가 나오는 상황인데 정상적인 가격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