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의 진통 끝에 ‘상생형 지역일자리’의 첫 사례를 만들어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 8월에 이어 사내이사 선임과 노동이사제 채택 문제로 또 흔들리고 있다. 두 사안 모두 광주시-현대차-한국노총 광주본부 3자 간 합의로 만들어진 신설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출범 전부터 문제가 불거졌으나 두 달 넘게 끌다 결국 한국노총 광주본부의 사업 참여 중단 선언까지 이어졌다. 안팎으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본다면서도 노동계의 반발에 사업 자체가 흔들리지 않을지, 다른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광주글로벌모터스 사업 참여 중단을 선언한 한국노총 광주본부의 핵심 요구사항은 2대 주주인 현대차가 사내이사로 추천한 박광식 전 부사장 해촉에 모아진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측이 박 전 부사장이 반노조 성향의 인사로 노사 상생형 일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추천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동시에 노동계 추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할 것도 요구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당시 “사회적 대화에 따라 합의한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칙을 법인 소속 노동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영 전반을 광주시가 맡은 만큼 직간접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동계의 박광식 이사 해촉 요구에 대해서는 직접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올 1월 합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에 따라 광주시가 적극 나서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만큼 다양한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다”며 “협의와 합의를 전제로 모든 사안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 따라 사업진행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둘러싼 노사 간 진통이 다른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민정협의체를 통해 경영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만큼 이견은 항상 있을 수 있는 탓이다. 현재 광주 외에도 군산, 구미, 부산, 울산, 강원도 횡성, 경남 밀양 등에서 노사와 지자체가 상생형 지역일자리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에서는 LG화학이 참여한 가운데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했고 군산에서는 소형 승용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혔다. 경상남도는 도내 30여개 뿌리산업 업체들을 밀양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에서는 소형 전기차 생산공장을, 부산에서는 전기차 구동계(모터) 관련 부품 공장을 추진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적정 근로시간, 적정 임금 원칙하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 많은 지자체에서 추진을 원하는 분위기로 안다”고 말했다.
지자체별 사업 추진은 전반적으로 순조롭지만 민주노총 등 일부에서 제기되는 반대의견을 과제로 안고 있다. 일자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역형 상생일자리에 참여한 노·사·민·정 모두 적정임금과 적정 노동시간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본 취지와 방향성은 공유하고 있다”며 “현재 지역별로 벌어지는 노사 간 의견 차이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