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프렌치 프라이




2003년 3월11일 미국 하원은 국회의사당에 있는 구내식당 메뉴 가운데 프렌치(french)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을 모두 프리덤(freedom)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얼마 뒤 ‘프렌치 프라이’ ‘프렌치 토스트’가 메뉴판에서 사라지고 ‘프리덤 프라이’ ‘프리덤 토스트’가 등장했다. 당시 하원 행정위원장인 밥 네이 공화당 의원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 조치는 프랑스가 그동안 취한 행동에 대해 의회가 강한 불만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노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라크전쟁 등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정부가 대놓고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자 이에 대한 반감을 ‘프렌치’라는 말을 지우며 표출한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도 프렌치 프라이 대신 프리덤 프라이라는 말이 사용됐을 정도로 양국 갈등의 골은 깊었다. 이렇게 한동안 미국이 프렌치 프라이에 강한 거부감을 가졌으나 역설적이게도 이 단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바로 미국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1802년 프랑스에서 감자튀김을 맛보고 돌아와 백악관 요리사에게 ‘프랑스식으로 튀긴 감자요리(Potato fried in French Manner)를 만들어보라’고 하면서 프렌치프라이가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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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감자튀김은 맥도날드 등 다국적 프랜차이즈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짧은 기간에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프렌치라는 말이 붙었지만 원조가 프랑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프랑스는 프랑스혁명 전부터 센강 퐁네프에서 노상 판매한 게 최초라고 주장하는데, 벨기에는 자신들이 먼저라고 반박하고 있다. 프랑스보다 앞선 1680년께 자국민들이 감자를 잘라 기름에 튀겨 먹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들고 있다. 북서부 브뤼헤에 ‘프라이트 뮤지엄’이라는 감자튀김 박물관이 있을 만큼 벨기에 사람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유럽연합(EU)과 콜롬비아 사이에 때아닌 감자튀김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콜롬비아가 자국 산업피해를 이유로 벨기에 등 유럽산 냉동 감자튀김에 8% 반덤핑관세를 부과하자 EU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체 수출액에서 콜롬비아 비중(2,500만유로)이 그리 크지 않은데도 EU는 역내 산업 보호를 제소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허락되지 않는 냉엄한 무역전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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