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시리아 사태, 우리와 상관없다"

"우리땅 아냐" 배신논란 재차 해명

펠로시 의장 "트럼프 멘붕" 저격

러, 중동서 '중재자'로 입지 넓혀





1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 의장이 워싱턴DC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의장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DC=AP연합뉴스1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 의장이 워싱턴DC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의장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리아 사태에 대해 급기야는 “우리와 상관없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 그대로 ‘멘붕(멘털 붕괴)’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시리아 사태를 놓고 내분을 일으킨 사이 러시아는 중동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시리아 침공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언급하며 “시리아는 우리 땅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한 쿠르드족을 두고 ‘천사’가 아니라며 깎아내렸다. 시리아 내 주둔 미군 철수 지시로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재차 해명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공백을 메우는 데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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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를 선언한 펠로시 의장과 시리아 사태를 두고 언쟁까지 벌였다. 이날 오후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는 회동에서 펠로시 의장이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며 자극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두고 ‘3류 정치인’이라며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이후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대통령 측에서 목격한 것은 ‘멘털 붕괴(meltdown)’”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공화당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등을 돌리면서 이번 결의안은 찬성 354표, 반대 60표의 압도적 차이로 가결됐다.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한 틈을 타 러시아는 중동에서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 군사경찰은 터키군과 시리아군의 대치로 확전 우려가 고조된 시리아 북부 도시 만비즈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며 양측의 충돌 방지에 나섰다. 터키의 공세에 밀린 쿠르드족이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서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자 러시아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시리아 북부의 영토 분할을 감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터키는 미국 대신 러시아에 다가가는 모양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오는 22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미국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일행과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를 번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휴전을 촉구할 방침이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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