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 공천 경선을 앞두고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공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위 20% 명단이 알려질 경우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 효과를 내면서 물갈이의 발판이 될 수 있으나, 이에 따른 격한 반발로 당이 공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헌·당규의 선출직 공직자 평가 규정에 따라 현재 현역 의원 128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미 임기 중반 평가는 완료됐으며 다음 달 5일부터는 최종평가에 들어간다. 의원 간 다면평가, 자료 제출 및 평가, 여론조사 등으로 이뤄지는 최종평가는 오는 12월 23일 완료된다.
민주당이 현역 의원에 대해선 ‘경선을 통한 공천’을 원칙으로 정한 가운데 중간·최종평가를 합산해 하위 20%(128명 중 25명)에 해당하는 의원은 경선 시 ‘20% 감산’ 페널티를 적용받는다. 민주당은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바로 20% 감산 패널티를 받게 될 이들의 명단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평가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공천 심사에 적용해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하위 20%에 대해서는 감산 규정이 있는데 (기존처럼) 경선 후에 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지는 않다”며 “어떤 식으로든 사전에 그 대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데 방식과 시점 등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개별 통보하거나 일괄 공개할 수 있는데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하위 20% 명단 공개’ 방침이 정해지면 명단에 오른 의원들의 ‘공개 전 불출마’ 결단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명단 공개 시 지역구 표심이 크게 흔들리면서 경선을 통과해 공천을 받기가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나아가 당 일각에서는 명단 공개는 곧 ‘컷오프’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 ‘망신 주기를 통한 찍어내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하위 20% 명단 공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탈당 등을 선택하며 거세게 반발할 경우 당 전체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갈등에 따른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