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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스위니 토드'] 이 악마의 복수, 묘하게 통쾌하네

누명쓴 이발사의 비극적 사연

풍자의 의미담아 공감 끌어내

계산된 불협화음은 몰입감 높여

조승우의 압도적 연기도 한몫

뮤지컬 ‘스위니 토드’뮤지컬 ‘스위니 토드’



불평등과 사회 부조리는 대중문화의 오랜 단골소재였다. 소득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 탓일까. 대중들은 불편함을 동반하는 이러한 소재를 피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열광하고 있다. 영화계에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기생충’과 ‘조커’가 현실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강렬한 이야기로 예상 밖의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면, 뮤지컬에서는 지난 10월 개막한 잔혹한 복수극 ‘스위니 토드’가 관객들의 극찬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공연은 조승우와 홍광호, 옥주현, 김지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스토리와 잔인한 장면,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약점 등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영국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현재 한국 사회에 투영하는 관객들의 호응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위니 토드의 비극과 ‘막장’ 스토리는 관객에게 비현실적인 설정이 아닌 ‘현실의 거울’이자 통렬한 풍자로 받아들여지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작품의 배경은 1860년대 영국, 산업혁명으로 인해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상류층은 경제적으로 유례 없는 부를 누리기 시작한 반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빈민층으로 전락하던 시기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가 만연한 가운데 이발사 스위니 토드는 누명을 쓰고 추방당한다. 그에게 누명을 씌운 이는 그의 아내를 탐했던 판사였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뮤지컬 ‘스위니 토드’


추방당한 스위니 토드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15년 만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창백한 얼굴의 남자. 시퍼런 칼날을 쳐들면 그 누구도 살아 남지 못했네. 이발사 탈을 쓴 악마.” 1막의 첫 넘버는 스위니 토드가 살인을 일삼는 악마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드러낸다. 고막을 자극하는 불편한 음향과 음울한 분위기, 복수를 예고하는 불편한 가사로 인해 처음부터 작품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후 펼쳐지는 스위니 토드 가족의 기막히고 비극적인 사연으로 끌려 들어가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그토록 잔인한 복수를 벌이는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내를 잃은 스위니 토드가 생사를 알지 못했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딸이 위험을 막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가는 아버지의 격정적인 심정에 관객들은 설득을 당한다. 광기 어린 스위니 토드의 복수뿐만 아니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은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에 못 박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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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 벤자민 바커이자 ‘살인마’ 스위니 토드로 무대를 누비는 조승우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다. 조승우는 이번 공연으로 ‘조토드’라는 별명을 얻으며 특유의 카리스마있는 연기와 흡입력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극단적으로 변하는 감정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담아내는 표정 변화부터 무표정하게 기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섬뜩함, 러빗 부인의 애틋한 감정을 모른 척 처내는 능청스러운 연기는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극의 중심을 잡는 러빗 부인 역할의 김지현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김지현은 자칫 하면 ‘조승우의 독무대’로 끝날 수 있는 작품에서 결코 그에 가려지지 않으면서 스위니 토드의 조력자이자 반전의 키를 쥔 러빗 부인 역할을 소화해 냈다. 더블 캐스팅된 옥주현에 밀리지 않으면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서영주는 스위니 토드의 아내와 딸을 탐하는 이 작품의 ‘악의 축’이자 ‘근원’인 판사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탐욕스러움과 변태적인 성향은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설정들을 작품 속에 잘 녹여냈다. 이발을 잘 하지 못하는 이발사 피렐리 역의 조성지도 이 잔혹극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감초 역할을 열연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무대는 시종일관 어둡고 불편하며 보기 힘든 장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무대의 막이 내려간 이후에도 관객들은 19세기 런던의 어두운 뒷골목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한다. 여기에는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손꼽히는 스티븐 손드하임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손드하임 특유의 불협화음은 무대를 짓누르는 듯한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통렬한 풍자를 담은 넘버의 가사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줌으로써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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