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와 공식 첫 상견례에서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CEO간담회에서 조 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조 위원장과 재계의 만남은 지난 달 9일 취임 이후 6주 만에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조 위원장은 이 날 간담회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엄중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 위원장은 “대기업 집단이 편법적 경영승계를 위해 특정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곳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반 소액 주주의 손해가 발생하고 혁신적 중소기업의 경쟁기회가 박탈 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일본 수출 규제로 불가피하게 생길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분야에 대한 내부 거래 규제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효율성, 보완성, 긴급성을 고려해 내부거래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극일 기조’에 맞춰 예외를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자산 2~5조원의 중견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를 콕 찍어 지목하며 강력한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에서 오히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한 지원이 더 많이 일어난다”며 “이들 기업집단에 대해 과거보다 많은 자료로 모니터링해 부당한 내부지원이 있으면 법 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과징금이 적어 기업들이 공정위 제재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조위원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가격 담합 등으로 25건 제재 받아 3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며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제재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참석한 삼성전자, 현대차를 가리켜 “2주 전 두 회사의 부품 업체들을 만났는데 혁신의 결과에 대해서 보상의 불확실성이 커서 혁신을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공정위는 혁신과 포용을 위한 경제 인프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의 공정위 운영 기조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날 조 위원장이 언급한 일본 수출 규제 등 ‘긴급성’ 요건을 충족하면 내부 거래로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부분에 대해 참석자들은 “나중에 한일관계가 좋아지면 이를 내부거래로 다시 보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중견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 공정위가 규제 보폭을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