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을 당한 사람을 바로 피의자로 입건하는 관행이 사라지고, 수사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등 경찰의 기존 수사 방식이 대대적으로 바뀐다.
경찰청은 23일 ‘경찰수사를 새롭게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으로 개혁 성과와 미래 비전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국민중심 수사’, ‘균질화된 수사품질’, ‘책임성·윤리의식’, ‘스마트 수사환경’ 등을 4대 추진전략으로 삼고 세부 추진과제도 공개했다. 우선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수사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고소장이 접수될 때 대상자를 무조건 피의자로 입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신중한 입건 절차를 구축하기로 했다. 고소 남용에 따른 무분별한 피의자 양산과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되더라도 내사부터 진행 후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입건하도록 절차를 변경할 방침”이라며 “다만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해 검찰 등과 협의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은 불필요한 구금을 막기 위해 구속된 피의자의 송치 기한을 현행 10일에서 7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는 중장기 과제라는 설명이다.
또 수사행정을 전담하는 수사지원과를 신설해 유치장 관리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구금 시설인 유치장이 수사 목적으로 관리될 경우 인권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 조력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찰 중요사건 수사 과정을 점검하는 ‘경찰 사건 심사 시민위원회’도 운영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일종의 ‘수사배심제’로, 사건 심사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안이 드러날 경우 재수사를 권고할 수 있다. 현재 대전과 강원 등 일부 지방청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사건을 송치한 후 재판 결과까지 책임감 있게 확인하는 ‘자기 사건 공판 참여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수사해 공소 제기된 사건의 재판과정을 참관하고 수사 결과의 타당성을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수사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무작위 사건배당 시스템을 도입하고 압수물·증거물 관리도 체계화해 개인 역량에 따라 수사 결과가 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역량을 균질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경찰은 현장 인권상담센터 확대, 공보제도 개선, 수사심사관 신설 등 80개 과제를 세부 추진과제로 삼았다. 경찰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들을 제외하곤 내년까지 추진과제를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