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타인 정자로 낳은 아이도 부부 동의했다면 친자"




다른 사람의 정자로 태어난 자녀라도 부부가 이에 동의했다면 친자식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아버지 A씨가 타인의 정자로 태어난 자녀를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해달라며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청구소송 상고를 기각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985년 결혼한 A씨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자 제3자에게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 시술을 한 뒤 자녀를 낳았다. 이후 아내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정자로 낳은 자녀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하급심은 A씨의 소송이 민법에서 규정하는 친생추정 조항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생물학적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자녀를 친생자로 볼 수 있느냐였다. 대법원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자 5월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법원은 1983년 이후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부인이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만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남편의 동의로 비로소 자녀가 출생한 것이므로 남편이 그와 같은 중대한 동의를 번복하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편이 아내에게 동의를 받아 인공수정 시술을 한 만큼 친생자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는 의미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A씨가 아내의 혼외정사로 태어난 또 다른 자녀를 친생자로 받아들 수 없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상고를 각하했다. 자신과 자녀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지 2년 내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미 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이지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