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도체 재고 줄어...내년엔 업황회복 기대

[SK하이닉스, 생산·투자 줄인다]

13분기만에 최악 실적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상회

데이터센터·서버수요 등 증가세

연말엔 재고 정상수준 회복 예상

일각 "업황 불확실성 여전" 우려도




SK하이닉스(000660)가 13분기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뒀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감소하는 등 향후 실적 회복의 시그널이 보다 뚜렷해졌다는 분위기다. 24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은 4,72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4,297억원)보다 429억원 많았다.

이날 SK하이닉스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것은 D램 출하량이 당초 예상을 벗어나 전 분기 대비 23%나 늘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신제품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의 구매도 늘어나 D램 출하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평균 판매가격은 16%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전 분기 대비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D램 부문의 3·4분기 영업이익을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고용량 모바일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솔루션 시장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낸드의 경우 적자 폭이 다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단품 판매 비중을 줄여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 감소했지만 평균 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재고 감소를 언급한 부분이다. 김석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상무는 “D램은 재고가 2·4분기 말 7주 수준에서 3·4분기 말 5주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정상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상반기 동안 뚜렷한 수요 회복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던 데이터센터 고객의 D램 재고 수준이 점차 정상화됨에 따라 일부 고객들이 구매 물량을 확대하고 중화권 고객의 서버향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추세가 4·4분기에도 이어지면서 연말에는 재고가 상반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재고도 3·4분기 말 기준 6주 후반으로 줄었으며 4·4분기에도 재고 감소가 계속돼 연말에는 재고가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줄어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재고 감소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대표는 “재고가 줄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에서 제시한 가이던스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4·4분기는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D램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1·4분기 비수기 이후 2·4분기부터는 실적 회복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메모리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5G 스마트폰은 올해보다 내년에 큰 폭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들의 목표 숫자를 취합한 결과 올해 수천만대 수준이었다면 내년에는 2억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연간 적자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낸드의 경우 내년 3·4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D램이 올해 수준의 영업이익만 유지한다면 내년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7조원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 출하량 확대로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날 4·4분기 D램 출하량을 5% 정도 증가시키고 낸드 출하량도 1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3·4분기 출하량이 늘어난 것은 화웨이향 가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으며 업황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가격 하락 지속으로 이익률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물량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공급 확대가 다시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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