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미래 교육엔 학교·교사가 없다?

■알렉스 비어드 지음, 아날로그 펴냄

"세계는 변하는데 교육은 그대로"

2년간 세계 학습혁명 현장 돌며

미래교육 위한 방향성 찾아나서

"수능에 목메는 한국교육에 충격"

비판적사고 등 9가지 공부법 제언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는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 아이디어의 산실을 표방하는 ‘MIT 미디어랩’이 있다. 이곳 미디어랩 꼭대기에는 ‘평생 유치원’이란 팻말이 붙은 학습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개발된 무료 온라인 코딩 도구인 ‘스크래치’는 어린이들이 상호작용 방식으로 게임 스토리나 애니메이션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배우거나 고쳐 만들 수 있게 한다. 200여 나라의 학생 2,000만 명이 매달 스크래치를 사용해 체계 있게 추론하고 협력 작업하는 법을 배웠다. 매일 새로운 프로젝트 2만 개가 온라인에서 공유된다고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창의교육과 기술교육, 협력에 대한 가르침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다.

교육학자인 저자는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교육은 왜 그대로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교육과 학습의 방식을 되짚어 보니 2,500년 전 플라톤이 얘기한 ‘동굴의 비유’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저자는 학습 혁명의 현장을 찾아 2년간 전 세계를 누볐다. 그 내용을 담은 신간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과연 그들의 부모세대가 경험한 교육 방식이 적합한지를 되물으며 21세기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술이 발달하면 학교도, 교사도 필요없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로켓십 페르자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선생님 없는 교실, 즉 ‘러닝랩’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스스로 학습한다. 아이들이 각자의 수준에 맞춰 개별학습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적인 교육 과정을 기계에 맡긴 교사들은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부분에 시간을 쓸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전설적인 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학습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몬테소리 교육법’을 개발했다. 다양한 연령이 섞인 학급에서, 학생 각자는 자유롭게 활동을 선택하고, 시험이 없는 대신 특화된 교재를 사용해 지정된 한도 내에서 자유를 누리며 공부하게 된다. 아이들이 관심있는 내용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원리에 착안한 이 교육법의 핵심은 심리적·사회적 발달이다. 몬테소리 학교에서 창조하는 법을 배워 나간 학생으로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위키피디아의 지미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팝스타 비욘세가 있다. 저자가 찾아간 미국 켐브리지의 와일드플라워 몬테소리 학교는 ‘창의성은 자유에서 시작된다’는 믿음과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책은 “아이들이 세상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바라는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의 목표를 좇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습 능력이 뒤떨어진 아이들을 선발해 최상위 성적으로 끌어올리는 킹솔로몬 아카데미(KSA), IT인재 교육기관으로써 코딩 교육에만 집중해 졸업생 상당수가 IT분야 고소득 직종에 취업하는 에콜42, 품성 개발을 중심에 놓고 교육하는 브레이크스루 마그넷 스쿨, 핀란드 예술 교육의 산실인 히덴키벤 종합학교 등이 책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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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을 다닌 저자가 교육의 힘으로 “문맹률이 높고 자원도 거의 없었던 빈곤 국가가 불과 수십 년 만에 첨단기술 국가로 탈바꿈” 한 대한민국을 빠뜨렸을 리 없다. 그는 수학능력시험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고 도시 전체가 극도의 흥분에 휩싸인 상황을 목격했다. “높은 성취도를 요구하는 교육 방식이 지난 40년 동안 국가 발전에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더이상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닐까 걱정”한다는 저자는 “수학능력시험이 객관식 시험이라는 사실은 원칙에서 벗어난 해석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데이터 추출 수치에 입각해 ‘평균인’ 양성에 몰입하는 ‘단 한 번의 시험이 인생을 좌우하는 대한민국 입시지옥’을 비판적으로 평했다.

저자는 여정을 끝내고 책을 마무리하며 9가지 학습혁명 선언을 내놓는다. 평생 학습과 함께 비판적 사고, 창의성 발휘, 품성 개발을 강조하며 일찍 시작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가르치는 연습을 하고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며, 스스로 미래를 건설하라고 제언한다. 아이를 둔 부모뿐만 아니라 교육관련 정책 입안자들도 참고할 만한 책이다. 1만7,8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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