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의 대출채권담보증권(CLO) 투자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각종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CLO는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인 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고금리 상품이다.
27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기관투자자 CLO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증권·자산운용사는 총 7조6,149억원을 CLO에 투자했다.
보험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총 3조2,743억원을 CLO에 투자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말 1조5,929억원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시기 증권사 CLO 투자액은 1,747억원이었다. 이는 2014년 말 401억원 대비 4배 이상 불어난 수치며 지난해 말 661억원에서 2.6배 늘어난 액수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CLO 투자 규모가 4조1,659억원에 달했다. 다만 금감원은 자산운용사 대다수가 소규모로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과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LO 투자가 단기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금융사가 CLO·신흥국채권·해외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 기업부채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이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부실화 위험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금리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와 증권사의 CLO 투자대상 기업의 신용등급 중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등급 이하인 곳의 비중은 각각 전체의 75.2%와 76.2% 수준이었으며 자산운용사의 경우 92.8%에 달했다.
한편 이번 금감원 집계는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말에 발표한 국내 CLO투자 규모 4조7,000억원(올해 1월말 기준)과 차이가 커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때까지 CLO의 규모는 거의 집계되지 않다가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금감원 등이 본격적으로 추산에 나서면서 파악되기 시작했다. 정재호 의원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CLO 투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세심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